닷새가 지나도록 진척이 없자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렸지만 사건은 오히려 더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 실종된 여성, 잠적한 경찰관
지난 24일 전북 군산에 사는 이모(40.여) 씨가 군산경찰서 소속 정모(40) 경사를 만난다고 나간 뒤 연락 두절되고, 정 경사는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종적을 감춘 게 사건의 요체다.
이 씨는 실종 닷새가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이고, 이 씨의 실종과 무관하다던 정 경사는 자취를 감췄다가 경찰 수사망을 피해 도주행각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종선 군산경찰서장은 28일 전북경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직 확정 지을 수 없지만 현직 경찰관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것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전북경찰청 허경렬 차장을 본부장으로 수사본부를 꾸리고 실종된 이 씨와 잠적한 정 경사의 발견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사건 당일인 지난 24일 오후 7시 18분께 정 경사의 쏘렌토 차량은 군산의 한 낚시터 CCTV에 찍혔다. 실종된 이모(40.여) 씨가 집을 나선 오후 7시 56분보다 40분쯤 빠른 시간이다. 정 경사는 낚시터를 돌다가 오후 10시께 귀가했다고 진술했고, 아파트에 돌아오는 CCTV도 찍혔다.
이 씨가 실종될 당시 정 경사의 알리바이는 일부 확보된 셈이다.
정 경사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는 이날 오후 7시부터 9시 45분까지 삭제돼 있었다. 이에 대해 정 경사는 "기능 개선을 위해 닷새마다 한 번씩 메모리를 삭제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삭제한 메모리를 일부 복원했지만 밤인데다 화질이 좋지 않아 범죄와 연관된 정황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간의 통화기록에도 특이한 점은 없다. 4월부터 7월까지 정 경사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이 씨에게 연락한 적이 없고, 유선전화로만 4차례 통화했을 뿐이다.
사건 당일인 24일 정오께 이 씨가 만나자며 정 경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정 경사는 스팸으로 등록해 놓은 탓에 확인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실종 당일 두 사람 사이의 통화는 없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알리바이나 여러 정황상 이 씨의 실종과 큰 연관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정 경사의 잠적은 궁금증을 더 키우고 있다.
◆ 경찰관은 왜 군산으로 돌아왔을까
정 경사는 25일 경찰 조사를 받고 자정께 귀가했다. 다음 날 재소환이 예정돼 있었지만 무단결근하고 잠적했다. 정 경사의 쏘렌토 차량은 강원도 영월의 한 대학교 인근 다리 밑에서 발견됐다.
정 경사는 26일 오전 9시50분께 강원도 영월 서부시장에서 옷과 모자를 샀으며 이날 오후 6시50분께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군산 대야행 버스에 올라탔다.
오후 7시 46분께 대야터미널에서 내린 정 경사는 오후 8시쯤 택시를 타고 군산시 회현면으로 간 것으로 확인됐고, 이후 행적은 밝혀진 게 없다.
이 사건이 강력사건이고 정 경사가 용의자라는 전제 아래 강원도로 잠적했던 정 경사가 다시 군산에 온 이유는 대략 세 가지로 추려볼 수 있다.
첫째 근무지인 군산경찰서에서 자수할 것을 택했을 가능성인데 현재까지 자수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 개연성은 적다.
둘째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고향을 찾았을 경우다. 정 경사의 고향은 군산시 임피면이고 군산지역에서 주로 경찰 생활을 해 왔다.
셋째 사건 관련한 증거인멸 또는 추가범행 가능성이다. 경찰은 아직 모르고 있을 사건 현장의 뒤처리를 위해서 이거나 이번 사건과 관련해 원한을 산 누군가를 범행 대상으로 노릴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이 씨 가족과 정 경사 가족 등에 대한 신변 보호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