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28일(한국 시각) 미국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신시내티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삼진을 무려 9개나 잡아내며 2피안타(1홈런) 1볼넷으로 단 1점만 내주는 호투를 선보였다.
팀의 4-1 승리를 이끌며 시즌 9승째(3패)를 거뒀다. 평균자책점(ERA)도 3.25에서 3.14로 낮추며 2점대 재진입에 대한 희망을 부풀렸다.
이번 승리에 대한 의미가 적지 않다. 최근 다소 부진한 데 대한 우려를 날린 동시에 데뷔 첫 해 성공의 기준점인 두 자릿수 승수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이면에 숨은 과제와 불안 요소도 남아 있다.
▲153km 강속구로 구위 저하 우려 해소
가장 반가운 것은 최근 주춤했던 기세를 되살렸다는 점이다. 류현진은 전반기 막판에 이어 후반기 첫 경기에서도 다소 부진했다. 11일 애리조나전 5이닝 7피안타 5실점에 이어 23일 토론토전에서 5⅓이닝 9피안타 4실점 등 2경기 연속 6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이전까지 17경기에서 16경기나 6이닝 이상을 던진 꾸준함을 감안하면 이상 징후라는 얘기가 나올 만했다. 특히 12일 만에 나섰던 토론토전 최고 구속이 93마일(150km)에 그쳐 체력적인 문제에 직면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 쾌투를 펼치면서 우려를 시원하게 날렸다. 최고 구속 153km를 찍었고, 평균 93~94마일(약 149~151km)의 직구를 뿌리며 체력 문제에 대한 논란을 잠재웠다.
팀 득점 내셔널리그(NL) 2위인 신시내티의 짜임새 있는 타선을 잠재운 것도 자신감을 키울 계기가 되기 충분하다. 이날 류현진은 리그 정상급 타자인 조이 보토와 NL 타점 2위(81개) 브랜든 필립스 등 3, 4번 중심타자들을 압도했다.
여기에 20경기 만에 9승을 달성하면서 10승을 눈앞에 뒀다. 1승만 보태면 데뷔 첫 해 두 자릿수 승수를 쌓는다. 10경기 정도 등판 기회를 감안하면 15승도 가능해진다. 최근 다저스 타선과 불펜의 기세를 보면 그 이상도 기대할 수 있다.
▲컵스-세인트루이스 원정 시험대
이날 승리로 류현진은 홈에서 강한 면모를 이어갔다. 올해 10경기 5승1패 ERA 1.83으로 12경기 6승4패 ERA 1.74를 거둔 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 부럽지 않은 기록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상대적으로 원정에서 약하다는 점이 엄연히 남아 있다. 올해 류현진은 원정에서도 똑같이 10경기 등판해 4승2패 ERA 4.62에 머물렀다. 이닝도 60⅓이닝으로 홈(68⅔)에 비해 적었다. 홈과 원정의 불균형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후 류현진은 당장 적잖은 원정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다음 등판이 유력한 8월 3일 시카고 컵스에 이어 세인트루이스, 필라델피아 등이다. 첫 등판하는 구장인 데다 시차 적응까지 필요한 중동부 원정이다.
리그 정상급 선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원정에서도 홈과 별 차이가 없는 경기력을 펼쳐야 하는 과제가 남은 것이다. 원정 4승2패 ERA 2.24를 기록 중인 커쇼를 비롯해 류현진이 우상으로 꼽고 있는 클리프 리(필라델피아)도 원정에서 6승2패 ERA 2.45로 홈(4승2패, 3.97)보다 성적이 좋다.
때문에 컵스와 세인트루이스 원정 연전이 류현진으로서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컵스는 리글리필드라는 독특한 구장이라는 환경적 요소가, 세인트루이스는 메이저리그 최고 강팀으로 꼽히는 부담감이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전에서 부진하면 원정 징크스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가능성이 높다.
홈에서는 역시 강한 면모를 확인하며 10승 고지를 눈앞에 둔 류현진. 과연 원정 약점을 극복하고 정상급 왼팔로 거듭날 계기를 마련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