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가려면 돈을 내야되는데, 어떻게 쉬어?

[여름휴가는 꿈도 못 꾸는 근로자①]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직장인들에게 여름휴가는 1년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다. 일에 치여 함께 하지 못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재충전을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29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직장인의 80%25가 올해 하계휴가를 계획하고 있다. 모두들 당연시 누리는 여름휴가가 그야말로 남의 일 같은 사람들이 있다. [편집자 주]

◈ "휴가 가려면 일당 내고 쉬어야 하는데…어떻게 쉴 수 있겠냐"

학교 야간 경비로 8년 째 일하고 있는 이우웅(72) 어르신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하루 16시간. 오후 4시에 출근해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학생들과 교사들이 떠난 후 학교 문단속과 기물 정리 등을 하며 밤 새 아무도 없는 학교를 지켜야 한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8시 30분쯤 퇴근을 한다.

주말에는 금요일에 학교에 출근해 2박 3일을 머문 뒤 월요일 오전에 퇴근을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365일 쉬는 날 없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명절 연휴는 고사하고 주마다 돌아오는 주말 휴무도 없다. 가끔 병원에 검사를 받으러 갈 일이 있거나 아플 때만 불가피하게 쉴 뿐.

쉬는 날은 대리근무를 세워야 한다. 쉬는 대가로 이 씨가 지불해야 하는 돈은 평일엔 3만원, 주말엔 5만원이다.

돈을 내야지만 쉴 수 있기 때문에 여름휴가는 애초에 꿈도 꾸지 않았다. 자식들이 손자들과 같이 놀러 한 번 가자고 하지만 한 푼이라도 아까운 상황에서 돈 까지 지급하면서 휴가를 즐기기는 쉽지 않다. 이렇게 일 해서 김 씨가 한 달 버는 돈은 70여 만 원.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이 씨는 거의 혼자 생활해야 하는 것과 다름 없는 아내가 걱정이다. 하지만 일을 그만 둘 수는 없다.

"젊었을 때 돈 좀 벌어놓고 했으면 이렇게 일 안 해도 되지만 두 가족 먹고 살려면 이거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고 털어놨다.

◈ "휴가철이 제일 힘들어…그래도 이 일이라도 있으니 다행"

지하철 택배 일을 하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 홍모(76) 씨는 요새 같은 휴가철은 죽을 맛이다. 일거리가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홍 씨는 청량리 경동시장에서 약재 배달 일을 하고 있다. 가까운 곳은 5000원, 인천 정도 가게 되면 20,000원.

요즘처럼 장마와 휴가철이 겹칠 때는 배달일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하루 1만원을 벌기도 어렵다. 하루에 들고 다니는 짐만 8~10kg. 한 건이라도 더 배달하기 위해 빠른 걸음을 재촉하다보면 여름에는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이렇게라도 나와서 일 해야 생활이 되니까…해야죠. 이런 일자리라도 있는 게 다행이지. 휴가는 엄두도 못내. 차라리 일이라도 많이 들어오면 좋은데 휴가 땐 일도 없으니"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에게 휴가는 '열심히 일한 당신이 떠나야 하는 권리'가 아니라 '사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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