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단속 이후 담당 공무원들이 불안감을 호소하는 등 업무를 꺼리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부산 A구 흡연 전담 단속반 소속인 김모(34·여)씨는 최근 3주 동안 이뤄진 집중단속기간 동안 흡연자들에게 당한 봉변을 생각하면 머리털이 쭈뼛 선다.
한 술집에서 계속 줄담배를 피우는 흡연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려 하자, 다짜고짜 욕설을 퍼붓고 위협을 가하는 상황과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무조건 욕부터 내뱉는 취객을 상대하느라 진이 빠지고 위협을 느껴 단 한 건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못했다.
김씨는 "야간 단속을 나가면 대부분의 과태료 부과 대상자들이 술에 취해 있어서 신분증 제시 요구 자체를 깡그리 무시한다. 반말에다 욕설하는 흡연자는 양반이라고 할 수 있다. 수저나 그릇을 던지는 등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누가 자신 있게 과태료를 물릴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부산 B구 흡연 전담 단속반인 이모(38·여)씨는 앞으로 어떻게 흡연단속을 벌일지 막막하기만 하다.
현장 단속을 벌이던 중 과태료를 낸 것에 불만을 가진 한 취객이 '밤길을 조심하라'며 뒤따라 오기도 하는 등 승강이를 벌인 기억 때문이다.
이씨는 "야간 단속에 한 술집에서 단속된 사람이 다른 술집을 가면 또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면 불만을 품고 근처로 와서 괜히 시비를 걸고, '어디 사는지 안다', '그런 식으로 돈 뜯어내면 좋나?'는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다.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1일부터 정부가 음식점, PC방 등에 대한 금연구역을 대폭 확대한 뒤 부산지역 각 지자체는 3주간에 걸친 집중 단속을 벌였다.
하지만, 이 기간 부산지역 16개 구군의 흡연자 적발 건수는 14건, 업주에게 과태료를 물린 것은 단 한 건에 불과하다.
실제 단속반원이 투입되는 현장에는 취객들이 대부분이어서 일선 보건소 공무원들이 단속에 나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
게다가 부산지역 16개 구군 가운데 흡연 단속 담당자가 여성인 경우가 10곳에 달한다.
실내금연 단속 책임이 보건소에 있고, 보건소 직원 대부분이 여성이기 때문.
여성 단속원들은 건장한 취객 남성을 상대하기 버거울뿐더러 성적 수치심이 섞인 욕설을 듣기도 해 집중 단속 이후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등 업무 기피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민건강증진법상 부산지역의 실내금연 단속 대상 업소는 무려 2만 8천여 곳에 이르지만 단속 전담 인원은 구군별로 1~2명에 불과해 1인당 천여 곳을 관리해야 하는 현실도 제대로 된 단속을 기대하기 힘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