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대표의 투신이 알려진 이후 트위터에는 그가 다리 바깥쪽에서 난간을 붙잡은 채 서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속에는 성 대표 주변에 소형 캠코더를 든 남성, 카메라를 든 남성, 방송사 카메라 기자 등 3명이 서 있는 장면이 담겨 있다.
투신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이 긴급 수색작업에 들어가 몇 시간째 진행 중이지만 성 대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만약 성 대표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불행한 일이 벌어진다면 당시 주변에 있던 이들은 도의적 비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비슷한 사례가 1994년 퓰리처상을 받은 사진작가 케빈 카터의 '수단의 굶주린 소녀'다. 독수리 한 마리가 앙상하게 뼈만 남은 채 엎드린 한 소녀를 먹잇감으로 삼으려고 노려보는 장면을 포착한 사진이다.
이 사진은 빈곤의 참상을 극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사진가의 윤리 문제가 논란의 쟁점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사실 카터는 사진을 찍은 직후 독수리를 쫓아 보내고 소녀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까지 했음에도 '소녀를 먼저 보호해야 했다'는 비난에 평생 시달렸다.
성 대표 투신의 경우 전날 이미 예고된 행위였던 데다 최근 장마로 한강 유속이 빠르고 유량도 늘어 위험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주변에 있던 이들이 적극적으로 말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 대표 주변에 촬영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는 그들에게 도의적 책임을 묻는 비난글이 쏟아지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 'Nam*****'는 "사람이 투신 자살을 한다는데 태연히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있나. 요즘 젊은이들은 무엇이 올바르고 그른지 구분을 못하나"라며 이들을 자살방조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논란이 일자 카메라 기자가 소속한 방송사 측은 " 불행한 사태를 방지하고자 사건 발생 직전 경찰과 수난구조대에 1차 신고를 했고 사건 발생 이후 긴급한 구조를 요청하는 2차 신고까지 했다"며 자살 방조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방송사는 "현장에는 남성 2명이 있었지만 성 대표를 제지하지 않는 상황이었다"며 "인터넷에 유포된 사진은 취재진이 현장에 막 도착했을 당시 모습으로 정황상 구조에 나설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도덕적 비난과 더불어 자살 방조 논란을 둘러싼 법적인 시비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자살방조죄는 예컨대 독약으로 자살하겠다는 사람에게 독약을 사다 주는 등 자살을 적극적으로 도운 점이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이번 일의 경우 성 대표가 공개적으로는 '투신하겠다'고만 했지 '자살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고, 강으로 뛰어내리는 행위가 반드시 죽음으로 이어진다고 예상하지 못했다면 주변인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
투신을 제지하지 않은 '부작위'를 문제삼아 자살방조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지만 이 역시 복잡한 법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경찰은 성 대표가 숨진 채로 발견되면 현장 상황 조사 결과에 따라 이들에게 자살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전날 성 대표의 예고가 나오자 투신을 만류하려고 남성연대 사무실을 찾아가는 등 조치했으나 끝내 이같은 행위를 막지 못했다. 관할 경찰서는 전날부터 마포대교 일대 순찰을 강화하고 상황을 주시했으나 결국 투신은 실행됐다.
성 대표의 행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는 남성연대의 재정이 열악함을 호소하고 한국 남성 인권의 현주소를 고발하려 한다고 투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아무리 절박하다 한들 목숨을 담보로 한 행위는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이날 사태가 알려지고 나서 남성연대 홈페이지에는 성 대표에 대한 응원 뿐 아니라 비판을 담은 글도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애들이 좋은 것 배우겠다. 일 벌여놓고 돈이 필요하면 투신하겠다고 해서 부모나 친지들로부터 돈 받아도 된다고 배울 거다. 성숙한 어른이라면 자신이 벌이는 일의 규모나 씀씀이는 자신의 능력 안에서 해결한다"고 썼다.
시민 신모(30)씨는 "예고까지 한 행위로 여러 사람을 걱정시키고 소방과 경찰력을 낭비하게 했다"며 "부디 살아 돌아오길 바라지만 그 후에는 자신의 행위가 과연 적절했는지 진지하게 반성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