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암행감찰반이 공직자 복무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이번 암행감찰반은 여름 휴가비 수수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소식이다.
올해 세종시에 내려가 처음 자리를 잡는 중앙정부 기관들이 복무기강 확립 차원에서 집중감찰을 받고 있고, 세종시청도 암행감찰 덕분에 땀깨나 흘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예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요원들이 관가에선 ‘암행감찰반’으로 통한다. 경찰 암행감찰반도 윤창중 사건을 치른 청와대도 기강팀의 암행감찰이 진행되고 있다 한다.
암행감찰은 탐문과 정보 수집, 순찰, 미행, 통화내역 조사, 보안점검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진행된다. 부정부패 비리도 적발하지만 정권이 바뀌면 지난 정권의 인물들을 솎아내기 위한 표적감찰도 행해지는 등 공개가 부담스런 임무도 암행감찰을 통해 이뤄진다고.
금융권에서는 암행감사, ‘미스터리 쇼핑’이 있다. 금융감독원이 외부 전문조사기관에게 금융상품 판매실태를 점검해 달라고 주문하면 조사기관은 조사원을 고객처럼 각 금융기관 창구로 보내 고객 상담을 벌인다. 금융기관이 상품에 대해 소상히 진실 되게 설명을 하는지 어떤 쪽으로 투자를 유도하고 어떤 정보를 갖고 있는지 파악해 금융감독원에 넘긴다.
올 봄에도 은행과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미스터리 쇼핑으로 암행감사를 받았다. 은행 중에서는 대구은행이 ‘미흡’ 판정을 받았는데 변액보험 상품설명과 청약철회 제도에서 점수가 나빴다고 한다.
12개 대형 생명보험사도 변액보험 판매가 엉망이라고 미스터리 쇼핑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앞서 실시한 은행의 변액보험 판매 평가점수보다 훨씬 나쁘게 나타났다. 변액보험 상품을 팔면서 고객에게 상품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
최하위인 ‘저조’ 등급을 받은 생보사는 AIA PCA 동부 동양 메트라이프 미래에셋 삼성 알리안츠 에이스 푸르덴셜 하나 HSBC 한화생명 등 12곳이다. 대형생명보험사 중에서 교보만 양호 판정을 받았다. 은행보다 생보사들이 물건 파는 데만 급급해 정확하고 친절하게 소비자 편에서 설명해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4월에 있었던 강남구청 비리 적발에서는 암행감찰로 법적 시비가 일었다. 구청 근처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업자가 거액을 인출 하는 것을 목격하고 감시 중이던 감찰반이 미행했다. 결국 돈을 건데 받던 구청 간부가 적발돼 검찰에 고발당했는데 적발된 구청 간부는 서울시와 강남구청은 각각의 법인격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이지 상하 관계로 지휘를 받는 관계가 아니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일반 직무에 대한 감사도 아니고 신변 감시를 서울시가 구청 공무원에게까지 실시하는 것은 불법이자 직권남용이라고 서울시장을 고소했다.
조선시대에도 임금이 지방에 암행어사를 보내고자 하면 지역은 관찰사 소관인데 관찰사가 알아서 할 일을 임금이 나서서 헤집으면 서로의 신의를 해치게 된다며 군신유의를 내세워 만류했다 한다. 또 지방 아전들은 고관대작과 양반들도 받아먹을 거 받아먹는데 우리라고 못 먹을 게 뭐 있냐며 버티었다고 전해진다.
구청 자치사무 전반에 관한 감사를 서울시가 벌인다면 직권 남용일 수 있으나 불법행위와 개별 사무 감사는 지방자치법과 서울시행정사무규칙을 조금만 확대해석하면 적법한 것일 수 있다.
이 사건은 국정원 사건에서 국정원 직원이 불법 선거개입 현장을 적발당한 것을 인권유린이라 몰아가던 것과 비슷한 패턴이다. 국가정보기관의 대선 개입이면 헌정질서를 어지럽힌 행위인데 자신들 죄를 덮으려 술수를 쓰며 사회를 다시 어지럽게 만든다. 그걸 조사하고 수사하는 과정도 투명치 않다. 이럴 때 작은 잘못이나 실수로도 밤잠 못 이루고 쩔쩔 매야 하는 일선 공무원들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
권위와 권력은 다른 것이다. 권위는 힘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고 신뢰와 지지에 근거를 둔 것이다. 비리를 힘으로 덮는 정권이 어떤 권위를 지닐 수 있겠는가. 부조리에 대한 방임은 부조리를 탐식하게 만든다. 그런 정권의 암행감찰 자체가 부조리하지 않은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