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월드 리베로’ 여오현(현대캐피탈)은 국가대표팀에서나 소속팀에서 최근 10년 넘게 한국의 간판으로 활약했다. 그의 존재 덕에 삼성화재는 강력한 라이벌들을 제치고 V리그 남자부 최강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2013~2014시즌 개막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여오현은 삼성화재와의 협상이 틀어지자 현대캐피탈의 러브콜에 전격 이적했다. 영원한 ‘삼성맨’으로 남을 것 같았던 여오현의 이적에 배구계가 상당히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두 팀에게 여오현의 가세와 이탈은 곧바로 컵대회에서의 경기력으로 증명됐다.
그동안 고질적인 수비 불안에 시달렸던 현대캐피탈은 여오현의 합류 이후 탄탄한 수비력을 뽐냈다. 여오현의 리시브에 이은 세터 최태웅의 토스는 현대캐피탈에서도 여전히 빛났다. 덕분에 부상중인 문성민과 외국인 선수 아가메즈의 빈자리에도 불구하고 임동규, 박주형, 송준호가 마음껏 공격력을 뽐냈다.
반대로 삼성화재는 석진욱의 은퇴와 여오현의 이적으로 리그 최정상급 수비에 구멍이 났다. FA로 이강주를 데려왔지만 국가대표 차출로 훈련기간이 부족한 탓에 불안한 모습이 이어졌다. 그러자 삼성화재는 특히 수비에서의 범실이 많아져 승부처마다 고비를 넘지 못했다.
비록 정상 전력이 아닌 컵대회에서 고작 2경기를 치렀다는 점에서 성급한 판단일 수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 두 팀의 경기를 지켜본 많은 배구 관계자들의 평가는 같았다. 마치 삼성화재가 지난 시즌까지의 현대캐피탈이 됐고, 현대캐피탈이 지난 시즌까지의 삼성화재가 됐다는 것.
현대캐피탈과의 맞대결을 펼친 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이럴 줄 알았지만 되는 것이 없다. (여)오현이는 우리나라 최고의 리베로니까 어느 팀에서도 잘 할 수 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여오현을 품은 현대캐피탈의 김호철 감독은 신이 났다. “선수 한 명을 영입했을 뿐인데 감독하기가 쉬워졌다”면서 “오현이 한 명이 가세했지만 감독이 할 일은 반으로 줄었다.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현대캐피탈의 한 관계자는 “우리 팀에는 이호 이후 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없었는데 여오현이 영입된 이후 선수들이 옆에서 보고 배우는 것도 많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비록 컵대회에서의 성적이지만 여오현을 주고 받은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사실상 최상의 전력으로 임하게 될 정규리그에서 양 팀이 어떤 경기력을 선보일 지 벌써부터 많은 배구팬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