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장, 송전탑 반대주민에게 "그만 두시오"

"보상 많이 받자"..."목숨건 주민 저버리고 한전의 꼭두각시됐다"


밀양 송전탑 갈등과 관련해 엄용수(48) 밀양시장이 한전의 입장을 대변하며 반대주민들에게서 등을 돌렸다.

지금까지 목숨을 걸고 송전탑을 건설을 막아온 반대측 주민들을 "한전의 꼭두각시가 됐다"며 분개하고 있다.

◈ "피해주민들은 이제 생업으로 돌아가라...외부세력 개입말라"

엄 시장은 25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향해 이제 그만하라는 주문을 했다.

엄 시장은 "피해주민들께서는 그동안 많은 상처와 고통을 안아왔지만 더 이상의 실익없는 논쟁에서 벗어나 생업으로 돌아가시라"고 말했다.

반대대책위원회를 향해서는 "외부세력"이니 "과장 왜곡된 정보" 등의 표현을 써가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엄 시장은 "특히, 과장 왜곡된 정보로 주민들의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는 행위는 더 이상 안된다"며 "밀양주민들을 위해서라 아니라 원전폐기 등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을 원하는 외부세력은 이제는 밀양문제에 개입하지 말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전이 발표한 내용과 흡사한 대목이다.

◈ 사실상 "보상이나 많이 받고 끝내자"는 말

엄 시장은 이날 "조만간 출범할 '보상협의체'에서 밀양시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서 최대한 많은 보상과 지원을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보상협의체에는 반대측 주민들에게도 기회가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반대주민들은 이미 '보상협의체'참여를 거부한 상황이다.

주민들은 그동안 수십차례에 걸쳐 "보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을 변경하라는 것이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왔다.

이에대해 엄 시장은 "반대측 주민들이 보상협의체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협상과정은 알려드리겠다"며 찬성 측 주민들만 참여하는 협상을 밀어 붙일 것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 "피해주민 내버리고 한전과 정부 '꼭두각시'노릇"

엄 시장의 이같은 입장발표에 대해 송전탑 반대대책위는 "엄 시장이 반대측 주민들을 내버렸다"고 분노했다.

반대대책위는 "밀양 송전탑 문제는 보상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결국 정부에 이어 밀양시까지 돈 문제로 주민들간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주민은 "피해주민들의 편에 서지는 못할 망정, 제일 힘 없는 시골 노인네들을 저버리고 정부와 한전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엄 시장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 "차기 공천 바라고 정부 눈에 들기" 분석도

엄 시장은 이날 입장 발표를 앞두고 반대측 주민이나 반대대책위를 단 한차례도 공식적인 대화를 하지 않았다.

반대대책위 관계자는 "목숨을 잃고 부상을 당하며 살아온 터전을 지켜 온 시골노인들은 애초부터 대화의 대상에서 제외한 채, 정부와 한전이 원하는 공사강행에 밀양시장이 앞장서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엄 시장이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정부의 압박을 받았거나, 엄 시장이 정부눈치를 보고 알아서 자세를 낮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엄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새누리당을 향해 '구애'하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 엄용수 시장은 누구? ... "탈당, 주민폭행, 사퇴번복 등 잦은 구설수"

엄용수 시장은 2006년 5.31 지방선거 때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와 당선된다. 그러나 2008년 2월 돌연 "개인사정"을 이유로 탈당한다.

한동안 무소속으로 남아있다가, 2009년 11월 한나라당에 입당원서를 제출했지만 거부당한다. 이듬해 3월 입당을 허가받고,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재선에 성공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철새정치인'이라는 비판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지난 2011년 동남권 신공항을 놓고 갈등이 한창 일때, 엄 시장은 공항유치에 반대하는 시민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한 혐의로 피소되기도 한다.

2011년 3월, 동남권 신공항이 무산됐을 때 그는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한다. 그래놓고 이틀만에 다시 시장직에 복귀하겠다고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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