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노동자들, '밀양 할매'들과 손 잡다

밀양 송전탑 공사참여 거부…"강행하면 차원이 다른 저항 각오해야"

정부와 한전이 다음달부터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자, 영남지역 건설노동자들이 공사참여 거부를 선언하며 공동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노총 영남권 5개 지역본부(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와 전국건설노동조합 영남권 2개 지역본부(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는 오는 25일 한전 밀양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방침을 밝힐 계획이다.


이들은 "평생 살던 집과 논밭, 선산마저 한전의 소유가 되어도 거부할 방법이 없는 전원개발촉진법, 24시간 초고압 전자파의 위험속에서 건강과 생명을 위협당하고 평생 뼈빠지게 일군 땅이 제대로 된 재산가치를 인정받지 못해도 변변한 호소 한번 할 수 없는 현실, 보상금으로 이웃사촌과 농촌공동체를 찢어놓고 갈라놓는 거대 공기업과 정부의 횡포, 게다가 최소한의 저항도 벌금과 손해배상청구로 묶어두는 것도 모자라 시골노인들을 전력난의 주범으로 몰아세우는 여론재판까지, 지금껏 우리 노동자들이 겪어온 부당한 현실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전이 영남권 전력수급을 명분으로 신고리 3호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보내기 위해 밀양 송전탑 공사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경남권의 전력자급율은 200%가 넘고 신고리 3호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전체 전기생산량의 1.7%에 불과하다"며 "그럼에도 정부와 한전이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핵발전소와 송전탑 공사로 더러운 이익을 취하고 있는 전력마피아, 대기업과 공모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우리나라에서 가동중인 핵발전소의 23기 중 17기가 영남권에 몰려있다. 건설중이거나 건설예정인 핵발전소까지 합치면 우리나라 80% 가까운 핵발전소가 영남지역에 몰리게 된다"며 "영남지역 노동자와 아이들의 삶이 항상적인 위험에 처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8년간 투쟁해오신 밀양의 어르신들이 쌍용자동차와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 유성기업, 재능교육 농성장까지 직접 찾아와 노동자들의 건강을 염려하고 투쟁을 격려하셨다"며 "이제 우리 노동자들이 밀양 어르신들의 싸움에 연대할 차례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 사회 가장 약자인 시골노인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이 비겁하고 부도덕한 전쟁을 결코 묵과하지 않겠다"며 "영남권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들은 밀양 송전탑 공사에 동원되는 것을 거부할 것이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만약 밀양 송전탑 공사현장에 일하러 가는 노동자들이 있다면 공사현장을 찾아가 그 노동자들을 설득해 그들 스스로 작업을 중지하게 하고 함께 산을 내려올 것이다"며 "공사를 강행할 경우 정부와 한전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저항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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