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LL 수렁에 빠진 정치권, 한발 비켜선 朴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 논란이 이제는 사초 실종 사건으로 번지면서 여야 정치권이 또 한번 술렁이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여기서 한발 비켜간 모양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NLL 대화록 논란은 공(功)이 이미 국회로 넘어갔다"며 "박 대통령은 처음부터 이번 논란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의 설명대로 박 대통령은 지난 8일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마지막으로 NLL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공식적인 발언을 삼가고 있다.
박 대통령은 당시 "NLL은 우리 국토를 지키는 중요한 선으로 이 문제가 논란이 되고 제기된 것 자체가 유감"이라면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해서 국민을 대신하고 있는 정치권에서 국민들에게 NLL수호 의지를 분명하게 해서 더 이상의 논쟁과 분열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부터 이어져온 여야 정치권의 지루한 NLL 공방에 대해 국민여론이 곱지 않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박 대통령은 '이제 정쟁을 멈추라'고 한발 비켜서서 촉구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NLL 논란에 더이상 대통령 이름 언급 안돼
지난달 중순 NLL 논란이 다시 불거졌을 당시만해도 민주당은 "NLL 포기 논란이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짜놓은 시나리오에 의한 것"이라며 박 대통령에게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특히, NLL 논란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까지 터지면서 민주당은 일각에서는 '대선 불복' 발언까지 터져 나오면서 박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하지만 최근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실종된 사실이 밝혀지고 이것이 노무현, 이명박 정권 등 전 정권의 문제로 비화되면서 이제 더이상 NLL 논란에서 박 대통령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 역시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히며 관련 논란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대선 이후 NLL 논란과 관련해 일관되게 선긋기를 하며 '정쟁' 보다는 '민생'을 강조한 전략이 먹혀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민생행보 본격화, 대북 문제는 더딘 '정상화' 과정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은 24일부터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각 지역 현장을 방문하며 지역현안과 공약사항 등을 점검하는 민생행보에 돌입할 예정으로 청와대 관계자는 "금주가 아마 어느때보다도 분주하고 바쁜 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현장을 돌며 민심을 살피는 것"이라며 "전반기에 국정운영의 기틀을 다졌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민생현안을 챙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와함께 지난 수십년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됐던 북한문제와 관련해서도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정상화'의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회담이 또 금방 끊어지거나 하지 않고 있다"며 "양측이 차츰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 부분은 기대를 하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좀 더디긴 해도 지난 수십년간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북한이 가지고 있었다면 이제는 양측이 정상적이고 대등한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에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경제상황과 관련해서는 대내외적 여건이 여전히 힘들지만 집권 초기 닦아 놓은 국정운영의 기틀을 기반으로 조만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반기에는 각 분야의 원칙, 국정운영의 기조.원칙.방향, 공약실천을 위한 방향, 인사 등 틀을 짜는 데 보냈다"고 설명한 뒤 "후반기에 들어서는 외교.안보, 그리고 경제에 집중할 것이고 챙기고 하면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같은 입장을 반영하듯 박 대통령은 23일 여당 내에서 교체론이 불거지고 있는 현오석 경제부총리에 대한 재신임 의사를 밝히는 등 경제운용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새 정부 출범이 늦어지면서 경제부총리가 제대로 일할 시간이 4개월도 채 되지 않았지만 열심히 해 왔다"며 "이제 하반기에는 국민들이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경제 컨트롤 타워 역할을 더욱 열심히 해 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