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자들' 영화사집 "배용준부터 정우성까지, 스타 캐스팅 비결?"

이유진 대표 인터뷰

이유진 대표(영화사집 제공)
영화 '미스터 고'가 개봉한 18일, 강남 논현동에 있는 영화사집을 방문했을 때 이유진 대표는 화장기 없는 민얼굴로 컴퓨터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한숨을 돌리면서 "감시자들 상영관 문제로 보고받을게 있었다"며 극장싸움이 난리가 아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대표가 제작한 영화 '감시자들'(조의석, 김병서 감독)은 이날 기준 개봉 3주차로 접어들었으나 관객반응이 뜨거워 400만을 앞둔 상태였다(19일 400만을 돌파했다).

하지만 투자배급사 쇼박스의 올 여름 최고 기대작 '미스터고'가 18일,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 배급하는 이병헌의 할리우드 영화 '레드:더레전드'가 19일 개봉하면서 스크린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이대표는 "개봉 시기 정할 때 이미 예상한 싸움이나 워낙 와이드 릴리즈하는 영화들이라 신경이 좀 쓰인다"고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이미 손익분기점은 넘기지 않았느냐"고 했더니 이대표는 웃으면서 "네, 개봉 전에는 손익분기점 230만 넘어 300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잘되니까 더 하면 좋지란 마음이다"며 잘하고 있는 내 자식을 힘 닿는 대로 밀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드러냈다.

감시자들은 영화사집이 제작한 8번째 영화다. 창립작 '그 놈 목소리'(박진표 감독, 2007)를 시작으로 '행복'(허진호 감독, 2007),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민규동 감독, 수필름과 공동제작, 2008), '전우치'(최동훈 감독, 2009), '내 사랑 내 곁에'(박진표 감독, 2009)를 제작했다.

2010년 들어 '초능력자'(김민석 감독, 2010)을 선보였고 2년 뒤 '내 아내의 모든 것'(민규동 감독, 수필름과 공동제작, 2012) 그리고 '감시자들'까지 평균적으로 매년 1작품씩 내놨다.

놀라운 점은 이들 중 손해 본 영화가 단 한편도 없다는 것이다. 딱 두 편 '행복'과 ' 앤티크'만 극장흥행으로 손익분기점을 못 넘겼다. 부가판권, 해외세일즈로 본전을 맞췄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이런 이대표에 대해 "충무로 최고의 제작자 중 한명"이라며 "단 한 번도 망하지 않고, 주목할 만한 영화를 계속 만들어낸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일"이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제작과 마케팅을 균형 있게 조율하고 결과를 내놓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집요함을 갖춘 제작자”라고 평가했다.

사촌인 영화사봄 오정완 대표의 이끌림으로 영화판에 입문, 영화 '정사'(이재용 감독, 1998) 마케팅을 시작으로 '스캔들-남녀상열지사'(이재용 감독, 2003)로 프로듀서 데뷔했고 '너는 내 운명'(박진표 감독, 2005) '달콤한 인생'(김지운 감독, 2005)을 거쳐 2005년 영화사집을 차렸다. 다음은 이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 어떻게 한 번도 안 망할 수 있나?

"그런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그냥 매번 최선을 다했다. 또 영화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본다. 만약 작품이 지닌 상업성 자체가 작으면, 제작비를 낮추는 등 방법을 찾는다. 객관적으로 영화를 바라보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다보니까 실패의 확률이 적었던 게 아닌가.

-영화사집의 작품을 보면 매 작품 캐스팅이 화려하면서도 탄탄했다. ‘너는 내 운명’과 ‘행복’의 황정민처럼 같은 배우와 여러 번 작업했는데, 다른 이미지로 캐스팅한 점은 신선했다. ‘스캔들’의 배용준이나 ‘그놈 목소리'의 김남주처럼 도전적으로 TV스타를 스크린으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신선한 캐스팅을 좋아한다. 어떤 배우의 다른 매력이 나오는 캐스팅도 좋아한다. 배우끼리 앙상블도 중요하게 본다. 캐스팅은 늘 어렵다.  캐스팅하고 나면 영화의 반은 한 기분이다. 제 지론은 캐스팅은 시나리오가 한다는 것이다. 감독들에게도 늘 그렇게 말한다."

- 배용준의 캐스팅은 정말 의외였고, 결과도 성공적이었다.

"배용준은 정말 주위의 우려가 컸다. 영화가 처음인데 트레이드마크인 안경을 벗어야 했고 또 안 해본 사극이었다. 용준씨는 당시 드라마 '겨울연가'가 잘된 이후 영화계의 러브콜을 많이 받던 상황이었고 전 기존에 얘기하던 배우가 사정이 생겨서 누구로 할까 고민하던 중에 배용준을 떠올렸다.

보통 첫 영화는 기존 드라마서 하던 비슷한 장르를 하거나 아예 분위기를 확 바꾸는 게 본인에게 좋다. 배용준은 지금 생각해도 대단한 게 배용준 소속사 관계자가 다 반대했다. 너무 위험하고 무리한 도전이라고. 배용준이 딱 1주일만 달라더니 전부 설득했다면서 출연하겠다고 연락해왔다. 제안은 제가 했으나 결정한 것은 배용준이다."

- '내 아내의 모든 것'의 류승룡은 이 영화로 연기 폭이 확장됐다.

"류승룡은 만장일치로 1순위 배우였다. 민규동 감독이 다른 영화 때문에 이미 많은 얘기를 나눈 상태였고 저는 드라마 '개인의 취향'을 보면서 기존의 카리스마 있는 악역도 좋지만, 코믹 캐릭터를 해도 재밌을 것 같았다. 특히 이 캐릭터는 단순히 재밌기만 해서는 안됐고, 남편이 아내와 바람이 날까봐 조바심이 날 정도로 남성적 매력도 갖고 있어야 했다. 우리 기대보다 더 잘해줬다."

- '감시자들'의 정우성은 비중이 적은데도 출연, 생애 최초 악역을 연기했다.

정우성은 평소 알고 지낸 사이로 드라마 '아테나'와 '빠담빠담'이후 한동안 영화판을 떠났다는 생각에 돌아오고 싶어 했다. 시나리오를 보더니 출연하고 싶어 했다.

정말 영화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큰지 많이 배웠다. 태도도 좋았다. 감독에게 먼저 다가가 "부담 갖지마라, 날 막 대해줘" 그랬다. 현장에는 제일 먼저 도착했고, 끝나도 안가서 정말 죽을 지경이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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