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 취득세를 인하하기로 기본 방침을 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부동산 살리기를 위해 꺼내든 비장의 카드였지만 시장과 전문가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오히려 너무 늦어서 타이밍을 놓쳤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건국대 부동산.도시연구원 문근식 박사는 “4.1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에 시장에서는 각종 대책과 함게 취득세 감면 연장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며 “하지만 정부는 당시 취득세 감면은 없다는 입장을 밝혀 기대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취득세 감면 연장이 없다고 하다가 뒤늦게 취득세 인하카드를 꺼내들어, 되려 정부에 대한 불신감만 키웠다는 얘기다.
문 박사는 “취득세 인하 타이밍을 놓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제2의 냉각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취득세 인하 소급적용 가능성에 대해 불명확한 입장을 밝혀, 취득세 인하 방안이 국회를 최종 통과하는 9월 경까지는 관망세가 형성돼, 몇 달 간 거래절벽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 취득세 '감면→중단→재연장'의 반복, 시장교란 가져와
원래 취득세 감면 조치는 지난 2006년 취득세 과표 기준을 공시가격에서 실거래가로 바꾸면서 갑자기 불어난 취득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한시적인 방안으로 도입됐다.
그러던 것이 2010년 들어 부동산 경기가 하강하기 시작하자, 정부가 단기간에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6개월~1년씩 찔끔 감면을 해줬다 중단하고 이를 다시 재연장하는 일이 반복됐다.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잠시만 도입한다는 것이 연장에 재연장이 반복되다보니 시장에는 혼선이 시작됐다.
계절적 요인보다는 취득세 감면 종료 직전에 거래량이 부쩍 늘어나는 ‘막달효과’가 생겨났고, 감면조치가 자꾸 연장되다보니 주택 거래 수요자들의 심리는 취득세 감면혜택 종료를 취득세율 인상으로 받아들였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취득세 감면 혜택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교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취득세 영구 인하는 이런 교란을 바로 잡는다는 점에 있어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함 센터장은 또 “올 연말 4.1대책이 끝나면서 시장이 급속히 냉각될 우려가 있는데, 취득세 인하 조치가 9월쯤 발표되면 내년 초 4.1대책 일몰에 따른 충격을 조금은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취득세율 인하폭이나 과표구간 세율 등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또 취득세 인하 자체로 부동산 시장이 크게 살아날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부동산 시장 살리기에 한계... 오히려 논란만 증폭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조만 교수는 “거시 경제상황이 안 좋은데 세금 정책만을 가지고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세금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도 "국내 주택시장은 가계부채 문제와 대출 금리, 지역내 수급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단순히 취득세 인하를 통해 주택경기 전반이 살아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취득세 인하 방침 발표로 논란만 커지고 있다. 게다가 취득세 인하방침을 밝히자마자 재원 고갈을 우려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취득세 수입은 지방재정의 30%를 차지하는 중요한 세원이다. 가뜩이나 각종 복지정책으로 재원이 딸리는 지방자치단체가 취득세 인하를 두고 볼리 만무하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는 23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시도지사 협의회를 갖고 정부의 취득세 인하 방침을 정면으로 반박할 예정이다.
단기적인 세금 정책으로 근시안적 부동산 정책을 펼쳐 시장을 교란시킨데다, 타이밍을 놓쳐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지자체의 반발마저 불러일으킨 취득세 인하 방안은 잘못된 ‘당근 정책’이 어떤 결말을 가져오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