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 훈훈했던 여자축구 남북 대결

동아시안컵 여자축구 남북 대결서 북한에 1-2 역전패

21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대회 여자 축구 남북대결을 마친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경기는 북한 여자대표팀이 전반 두골을 몰아 넣으며 2대1로 승리 했다. (사진=윤창원 기자 skynamoo@cbs.co.kr)
8년만에 서울을 방문한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은 가는 곳마다 화제를 뿌렸다. 지난 18일 인천공항 입국 당시 경찰 100여명이 투입돼 삼엄한 경비를 이뤘고 다음 날 열린 공식 기자회견 때에는 평소 축구장을 찾지 않는 외신기자들까지 몰려들어 경색된 남북 관계 속에서 열리는 이번 맞대결의 의미를 묻느라 분주했다.


2013 동아시안컵 대회 여자축구 한국과 북한의 1차전이 열린 2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의 풍경도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먼저 양팀 선수단을 맞이하는 인사들의 무게감부터 달랐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직접 경기장을 찾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박종길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오길남 북한 선수단 단장 등과 함께 양팀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날 남북 대결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한 동포라는 친근함에 둘려 싸였지만 더불어 묘한 긴장감도 있었다.

무엇보다 관중석에서 '조국통일'을 외치는 응원단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 위원회로 알려진 이 단체는 하늘색으로 한반도 모양을 나타내는 카드섹션 응원을 함께 펼쳤다. 그들은 시종일관 '조국통일'을 외치며 비교적 중립적으로 응원을 펼쳤다.

하지만 '백두에서 한라까지, 조국은 하나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가 경호업체로부터 제지를 받기도 했다.

또한 한국 축구 공식 서포터인 '붉은악마'가 자리한 맞은 편 관중석에는 북한 대표팀을 응원하고자 입국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응원단 20여명이 자리했다.

당초 33명이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응원단 수는 그보다 적었다. 북한 응원단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삼엄한 경호 속에 차분하게 북한을 응원했다.

남북 관계가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는만큼 스포츠 교류임에도 불구하고 그라운드 바깥의 분위기는 비교적 경직돼 있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양팀의 기자회견 때 "정치, 국가적인 이슈에 대한 질문은 자제해달라. 그런 질문이 나오면 바로 끊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실제로 응원의 목소리가 많아 홈 경기를 하는 기분이었을 것 같다는 질문이 김광민 북한 감독에게 던져지자 진행자가 곧바로 차단하기도 했다.

한편, 대표팀은 북한에 1-2 역전패를 당했다. 전반 27분 김수연이 선제골을 넣었으나 전반 막판 허은별에게 연속 골을 허용한 바람에 승패가 뒤집혔다. 남북을 가리지 않고 골이 터질 때마다 6500여명의 관중들은 큰 박수로 선수들에게 뜨거운 격려를 보냈다.

허은별은 주전 명단에는 수비수로 표기됐지만 실제로는 시종일관 최전방을 누볐다. 이에 대한 국내외 취재진의 질문이 집중됐다. 김광민 감독은 웃으며 "처음에는 수비수였지만 전술적으로 공격수로 내보냈다"며 짧게 답했다.

허은별의 변칙적인 플레이와 이에 대한 감독의 간단명료한 답변은 베일에 싸인 북한 대표팀의 모습을 상징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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