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인사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의 공기업에 대한 인사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내각과 청와대 일부 참모들이 박 대통령의 불신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여기에 일부 장관은 아직도 부처 장악을 못하거나 '학업'에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는가하면, 어떤 장관은 본인의 의지나 능력과 상관없이 교체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인사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의 단초는 박 대통령이 제공했다.
지난 10일 언론사 논설실장·해설위원장들을 만나 "전문성이 있는 인물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아닐 수가 있다…그렇다고 당장 변경을 시킬 수는 없다. 참고로 했다가 또 기회가 되면 적합한 자리로 변경을 하고 해야한다"고 말했다. 새정부들어 임명된 인사 가운데 기대했던 만큼의 전문성과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인사가 있다는 얘기로 들리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하루 전날 국무회의에서 취득세 인하문제를 놓고 국토교통부와 안전행정부가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질책하며 '경제부총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취득세 인하문제 등에 개선 대책을 세우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이 발언은 현(現) 경제팀, 특히 경제사령탑인 현오석 부총리에 대한 답답함을 드러낸 것으로 읽히기에 충분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도 이날 "우리 경제팀이 경제현실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고, 17일에는 김무성 의원이 "현 경제팀으로는 난제 해결 능력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 지방선거 앞둔 여권의 조급증일 수도…일부 장관도 도마에 올라
박 대통령이 발언이 실제로 현 부총리를 불신해서 나온 말인지, 여당 의원들의 쓴소리가 박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한 가운데 나온 말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여권 내부에서 경제컨트롤 타워로서 현 부총리의 존재감이 없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권에서 현 부총리에 대한 불만 지수가 높아가는 것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음에도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민심이 흉흉해지고, 세수부족으로 지역공약 실현도 불투명해 지면서 생기는 조바심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현 부총리는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관련 화끈한 대책은 없다"면서 "때로는 감독이 나와서 메가폰을 잡고 소리를 질러야 할 때가 있고, 장막 뒤에서 조율해야 할 때가 있다"는 말로 자신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는 목소리를 일축했다.
현 부총리 말고도 일부 장관의 경우 취임 몇 달이 지나도록 부처 장악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와대가 해당 부처 공무원들의 공직기강 실태를 점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일부 장관은 기대와 달리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아 긴장했던 부처 공무원들이 한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런가하면 청와대에서는 허태열 비서실장이 인사문제로 박 대통령으로부터 강한 경고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허 실장이 경고를 받게 된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인사에서 자기 사람을 심으려 했거나 과도한 인사추천권을 행사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 데 이로 인해 힘이 많이 빠진 상태라는 게 청와대 주변의 관측이다. 여기에 이정현 수석의 홍보수석 이동으로 비게 된 정무수석 자리는 50일이 가까와 오도록 공석이다.
공기업 인사는 청와대 인사위원회를 거치게 돼 있는데 이처럼 청와대 상황이 녹녹치 않은 상황에서 공기업 인사에 속도가 날 리 없다.
지난달 박 대통령의 지시로 중단됐던 공기업 인사가 최근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당 부처의 후보자 6배수 추천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검증을 통과해 인사위원회를 거쳐 대통령의 최종 재가가 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정부 각 부처에 공공기관추천위원회가 있고 청와대에도 인사위원회라는 공식 인사라인이 있지만 문고리 권력으로 통하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 부속비서관이 인사안을 올려야만 박 대통령이 재가를 한다는 소문도 있다. 물론 청와대는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 8월 개각설 모락모락…靑 관계자 "얘기를 안하겠다"
취임 이래 박 대통령이 받는 비판 가운데 가장 아픈 부분이 인사이지만 정부출범 5개월도 안된 시점에서 인사와 관련해 이런 저런 얘기가 나오다보니 일부 장관들에 대한 개각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시기와 관련해서도 정기국회 등 정치일정 등을 감안해 8월쯤에 이뤄지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실제 개각이 이뤄질 지는 불투명하다. 박 대통령이 사람을 쓰면 오래 쓰는 경향이 있고, 여론이나 분위기에 떠밀린 국면전환용 인사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9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개각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말이 나오지 않는데 얘기를 하면 또 다른 논란을 불러 올 수 있다"며 "일절 얘기를 하지 않겠다"고 입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