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와 함께 V리그 남자부에서 양대산맥으로 평가되던 현대캐피탈은 2008~2009시즌 정규리그 우승 이후 주춤한 성적에 그치고 있다. 심지어 최근 3시즌은 대한항공에 밀려 챔피언결정전에도 진출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를 위해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종료 직후 하종화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전원을 갈아치우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하며 일찌감치 2013~2014시즌 대비에 나섰다.
이를 위해 2005~2006, 2006~2007시즌 2년 연속 V-리그 우승을 합작했던 안남수 전 사무국장이 단장으로 부임한 데 이어 김호철 감독을 다시 불러들였다. 드림식스 감독을 역임한 박희상 수석코치까지 데려왔다. 세 명 모두 배구계에서 알아주는 '호랑이'들이다.
김호철 감독의 복귀는 현대캐피탈이 꿈꾸는 환골탈태의 시발점이었다. 다음은 대형선수 영입을 통한 취약 포지션의 강화였다.
현대캐피탈은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리베로 여오현(35)을 영입해 그 동안 취약점으로 꼽힌 수비와 리시브를 강화했다. 보상선수로 국가대표 센터 이선규를 내줬지만 그 동안 삼성화재는 물론, 대한항공에게도 밀리며 당했던 수모를 되갚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 동안 현대캐피탈은 외국인 선수 선발에서 라이벌 구단들에 한 수 뒤졌다는 평가도 2013~2014시즌에는 완벽하게 뒤집었다.
콜롬비아 국가대표 출신 라이트 공격수 리버맨 아가메즈를 영입해 역대 최고 수준의 외국인 선수 영입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207cm, 96kg의 당당한 체격 조건의 아가메즈는 스파이크와 블로킹 높이가 각각 365cm, 346cm에 이른다.
아가메즈는 아르카스 이즈미르(터키)에서 2011~2012시즌부터 유럽 챔피언스리그 2년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지난 시즌에는 팀을 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했을 정도로 기량 면에서 완벽하게 검증된 외국인 선수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현대캐피탈은 이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낼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단행했다. 연고지인 천안에 한 공간에서 생활과 훈련, 재활까지 할 수 있는 배구전용 다목적 베이스캠프인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Castle of Skywalkers)’를 만들었다.
현대캐피탈은 구체적인 공개를 꺼렸지만 배구계에서는 부지 매입부터 모든 건물의 완성까지 약 300억원에 가까운 엄청난 금액이 투입됐다는 분석이다. 그야말로 우승을 위한 파격적인 지원이다.
2008~2009시즌 정규리그 우승 이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현대캐피탈이 5시즌만의 우승에 도전하기 위한 삼박자를 갖춘 가운데 문제는 주포 문성민(27)의 부상이다.
지난달 월드리그 경기 도중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해 수술, 최소 6개월의 재활이 필요하다는 것이 현대캐피탈의 유일한 아쉬움이다. 김호철 감독은 우선 기존 선수들로 문성민의 공백을 최대한 메운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