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에 사는 김수미(68) 씨는 최근 알레르기성 각막염과 피부병으로 한바탕 곤혹을 치렀다.
갑자기 눈이 뻑뻑해지는 느낌이 들더니 충혈되는 것이 다반사,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눈 통증이 심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팔, 다리에도 가려움이 심해져 곳곳에서 발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단순히 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한 김 씨는 며칠간 견디다 결국 일 주간 병원 치료를 받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알고 보니 집안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 에어컨과 제습기를 과도하게 사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김 씨는 "집이 습기가 많은 바닷가 근처여서 빨래를 하거나 비가 오는 날은 거의 반 나절이상 에어컨과 제습기를 가동했는데, 이런 부작용이 나타날 줄 생각도 못했다"며 "낮에는 눈이 건조해서 집안일이 손에 안잡히고, 밤에는 팔, 다리가 가려워서 잠을 설치는 등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무더위와 습한 날씨가 연일 이어지면서 이씨 같은 여름철 '전자기기의 역습'에 고생하는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부산 A 안과의 경우 유독 올해 7월 들어 에어컨과 제습기로 인한 알레르기성 결막염, 이로 인한 시력 감퇴를 호소하는 환자가 20%가량 증가했다.
인근 B 이비인후과도 습도를 유지해야 하는 코와 목의 점막이 말라 마른 감기와 인후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30%가량 늘었다.
전문가들은 더위와 습기를 피하기 위해 에어컨과 제습기 등을 과도하게 사용하지 말 것을 조언한다.
모 안과 하성우 원장은 "에어컨과 제습기를 남용하면 우리 몸의 수분 밸런스가 깨지면서 바이러스의 침투가 쉬워진다"며 "전체적인 습도를 40~50% 가량 유지해 몸의 수분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