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박근혜 검찰', 왜 전두환 몰아붙이나?"

박 대통령과 채 총장, "전두환 전 대통령과 악연 때문?"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사흘연속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지난 16일 전 전 대통령의 자택 사저에 대해 압류절차를 진행한데 이어, 자녀들의 주거지와 시공사 등을 포함한 17곳을 압수수색한 뒤 17일에는 친인척 주거지 12곳과 시공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18일에는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소유한 경기 파주시 소재 '시공사'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이곳에서 보관 중이던 도자기와 미술품 등을 압수했다.

검찰은 전담팀을 18일부터 검사를 총 8명으로 증원하고 수사관을 20여명으로 늘려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집행팀'으로 확대 편성해 본격적인 수사체제로 사실상 전환했다.

역대 정부에서 사실상 방치해왔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에 대한 강력한 환수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두고 '청와대 교감설'이 제기되기도 한다. 국정원 국정조사와 맞물려 '국면전환용'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검찰', 왜 전두환 전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이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 (자료사진)
▶검찰이 전례 없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 검찰이 어제(18일)까지 사흘째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한 압수수색을 이어갔다.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특별집행팀(팀장 김형준 외사부장)은 18일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소유한 경기 파주시 소재 '시공사'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이곳에서 보관 중이던 도자기와 미술품 등을 압수했다. 검찰은 지난 사흘 동안 압수수색 과정에서 유명 화백의 수억 원대 그림을 포함해 도자기와 병풍 등 고가의 미술품 200여점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까지 압수물품의 경제적인 가치는 산정되지 않았다.

검찰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숨겨놓은 자금 흐름을 집중적으로 추적하기 위해 전날 전담팀의 인력을 20여명으로 대폭 보강하고 팀의 이름도 전담팀에서 특별집행팀으로 바꿨다. 추징금 환수에 대한 검찰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검찰은 지난 16일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 사저 1곳에 대해 압류 절차를 진행한데 이어 자녀들의 주거지와 시공사 등을 포함한 17곳을 압수수색한 뒤 17일에는 친인척 주거지 12곳과 시공사 등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가능성도 제기되는데?

= 앞서 언급한 압수수색과 압류는 수사라기보다는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한 집행절차로
보는 게 옳을 것이다.

그렇지만 검찰이 전담팀의 이름을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집행팀'으로 확대개편하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대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돈다. 특별집행팀이 사실상 특별수사팀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검찰이 대규모 압수수색 등을 통해 가족과 친인척들의 재산 형성 과정을 밝히려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회계자료와 금융거래내역 등을 분석하며 전 전 대통령 일가 재산의 자금원을 추적하고 있는데 자금 세탁이나 탈세 등의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압수수색 이후 입증해야 할 것이 많다"며, "조사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범죄 혐의가 포착되면, 곧바로 수사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전 전 대통령 부부를 제외한 자녀와 배우자 등 일가 친인척 10여명과 측근 등 20여명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했다.

유례없는 전직 대통령 일가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이어, 가족과 친인척들까지 조만간 한꺼번에 검찰 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채동욱 검찰총장. (자료사진)
▶그동안 잠잠했던 검찰이 왜 이렇게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를 몰아붙이는 거냐?

=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정부차원의 확고한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해 추징금이 확정된 건 1997년이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은 2205억 원 중 533억 원만 납부하고 나머지는 납부하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했다. 예금통장에는 29만원만 있다고 했는데 예금통장이 화수분인지 29만원으로 10년 넘게 측근들과 이른바 황제골프도 치며 호의호식했고 자녀들은 수천억 원대 자산가로 변신했다. 그렇지만 추징 책임이 있는 검찰은 이를 외면했고 역대 정부에서도 강력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공소시효 만료문제가 제기되고 장남 재국씨가 2004년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전두환 비자금이 새삼 국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런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정부는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추징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국회에서도 논란이 있었지만 6월 임시국회에서 '전두환추징법'으로 불리는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 통과됐고 7월 12일 법이 발효됐다.

검찰도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추징 의지를 나타냈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추징금 환수 논란이 일자 강력한 추징 의지를 밝히면서 전담팀에 "정의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특별수사를 한다는 각오로 계좌 추적, 압수수색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추징에 나서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채동욱 검찰총장과 전두환 전 대통령간의 특별한 인연을 언급하는 법조인도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채 총장은 검찰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수사 불가 입장을 밝혔다가 1995년 11월30일 12.12 군사반란 및 5.18 광주민주화운동 사건 재수사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종찬)에 합류했는데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조사를 담당했다. 법정에서도 설전을 벌이기도 했고 검찰이 전 전 대통령한테 사형을 구형할 때 논고문 초안을 직접 작성하기도 했다.

채 총장과 함께 수사에 참여했던 한 법조인은 "채 총장이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검찰의 강력한 미납 추징금 환수 조치와 관련해 '청와대 교감설' 이 제기되는데?

= '청와대 교감설'이 제기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검찰이 그동안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 시늉만 내면서 공소시효만 연장하는 정도로 대응해 왔는데 이번에는 전직 대통령의 자택에까지 이른바 빨간 딱지를 붙이면서까지 강력하게 나섰으니까 어떤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정치개입 의혹을 밝히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시점에 초대형 이슈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추징금 환수 움직임을 보임으로서 국면을 전환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세 번째는 전직 대통령의 사저에 대해 검찰이 공권력을 행사하려면 과연 독자적인 판단만으로 가능했겠느냐 하는 점이다.

교감설이 강하게 제기되는 이유 중 하나는 채동욱 검찰총장이 추징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면서 전담팀을 구성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이 대목을 보면 청와대와 검찰이 교감을 갖고 움직이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검찰의 대대적인 압류와 압수수색이 국면전환용이냐?'하는 점에 대해서는 SNS 등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명확하게 국면전환용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타이밍이 절묘해서 국면전환용으로 볼 수도 있겠다"면서도 "청와대와의 교감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의 고위관계자도 "청와대와의 교감은 전혀 없었다"라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검찰에서는 전담팀 구성이후 꾸준히 준비해오다가 국회에서 몰수특례법이 통과되고 7월 12일 이 법이 발효되면서 본격적인 미납 추징금 환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둘러싸고 검찰과 청와대가 불편한 관계인데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을 두고 사전 교감을 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이 전직 대통령의 사저에 대해 압류를 하건 압수수색을 하건 독자적인 판단으로하나? 아니면 사전에 승낙을 받나?

= 사전 승낙을 받는 정도는 아니지만 법무부에 사전 통보를 하고 법무부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를 하는 절차는 거친다고 한다.

특수수사에 정통한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중요사건의 경우 법무부에 사전에 통보는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승낙을 받거나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전두환 노태우 비자금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전직 검찰 고위관계자도 "전직 대통령의 자택에 들어가는 건 중요한 일이고 현직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가는 일이기 때문에 사전에 보고는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수사를 했던 중견 법조인들은 "중요 사건의 경우 검찰에서 법무부에 통보하고 법무부는 청와대에 보고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라면서 "그렇다고 검찰이 청와대와 교감아래 움직였다고 보는 건 억측"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도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에서 검찰이 미납 추징금 집행을 위해 재산 압류 절차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악연을 거론하기도 하는데?

= 사실 검찰이 이렇게 강력하게 나설 수 있는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이 힘을 실어줬고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의 통과에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이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과거의 인연에 대해 여러 말들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해 마음의 빚이 없기 때문에 봐줄 이유도 없고
또 지지층이 같기 때문에 더 단호하게 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퍼스트레이디 대행 시절이던 1976년 청와대 경호실 작전차장보로 발탁된 전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설에는 박 대통령이 전 전 대통령을 많이 따랐다는 얘기가 들리기도 한다.

1979년 10.26사건이 터진 직후 합동수사본부장이었던 전 전 대통령은 청와대 금고에서 발견한 9억여 원 중 6억 원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여기까지는 그렇게 악연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면서 두 사람의 '악연'이 시작된다. 정통성이 없었던 전 대통령은 박정희 시대를 부패의 시대였다고 규정하며 차별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6년 동안 아버지의 추도식을 공개적으로 열 수 없었다고 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물러난 뒤 박 대통령은 1989년 언론 인터뷰에서 "5공 시절을 대단히 가슴 아프게 살아왔다, 아버지와 아버지가 하신 일이 극심하게 매도되던 시절이었다"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정치에 입문한 박 대통령은 2004년 한나라당 대표 취임 인사 차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을 찾았지만 그 이후 두 사람 간의 특별한 교류는 없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선출 뒤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자택도 찾았지만 연희동을 방문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역대 정부들은 왜 추징금 환수에 소극적이었느냐?

= 김영삼 정부에서 형이 확정되었으니까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강력한 환수조치가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들이 나온다.

그렇지만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에서 지금 검찰이 하듯이 강력한 집행에 나섰다면 엄청난 비난과 국론분열에 시달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대중 정부의 핵심 실세로 불렸던 박지원 의원은 "정권교체가 반세기만에 처음 이뤄졌고 당시의 시대정신은 정치보복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라고 회고했다. 박 의원은 "당시 'DJ가 대통령 되면 다 죽는다', '특정 대기업이 망할 것이다'라는 루머들이 나돌았던 시절"이라며 "당시 분위기에서 강력한 법집행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취임 13일 만에 탄핵을 운운하는 발언이 나올 정도였는데 그런 상황에서 TK의 본류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에 대해 강력한 법집행이
가능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검찰의 눈치 보기도 한몫을 했다. 검찰은 지난 2004년 차남 재용씨의 괴자금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73억여 원이 드러났지만 이를 추징하지 않았다.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추징금을 징수하기 위해 은닉재산 추적에 나선 가운데 18일 오전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 소유의 출판사가 있는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 내 시공사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포장된 미술품들을 옮기고 있다. (윤성호 기자)
▶궁금한 건 이렇게 강력하게 나서면 미납 추징금을 모두 환수할 수 있는 거냐?

= 국민들의 기대는 엄청 높아졌다. 그동안 검찰이 보여줬던 모습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도대체 얼마를 환수해야 국민이 만족하겠느냐?"며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녀들과 친인척들의 재산이 1조 원대 육박한다는 얘기들이 나오지만 이들 재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에서 비롯됐는지를 밝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미술품과 도자기 등 200여점을 압수했지만 이 작품을 구입한 종잣돈을 찾아내지 못할 경우 모두 돌려줘야 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법조계 주변에서는 이런 얘기도 나온다. "기본적으로 돈이라 하는 것은 1년이 지나면 꼬리가 희미해지고 3년이 지나면 꼬리가 보일 듯 말듯하고 5년이 지나면 수표 아니면 꼬리가 사라진다. 10여년이 지났는데…." 자칫하면 검찰이 망신살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검찰이 전담반을 확대 개편하면서 사실상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자녀 특히 장남 재국씨의 형사처벌 가능성을 부각시켜 전 전 대통령 내외를 압박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2004년 검찰이 차남 재용씨를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하자 어머니 이순자씨가 추징금 130억 원을 대납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얼마를 추징할 수 있을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대통령과 검찰총장이 강력한 추징의사를 보이고 있는 만큼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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