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정치가 할 일이 없는 나라, 관리만 잘 하면 되는데..
- 대한민국 대통령이 업적을 낼 수 있는 유일한 분야가 남북 관계
- 4대강 사업, 역사 뿐 아니라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7월 18일 (목) 오후 7시 3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소설가 조정래
◇ 정관용> 조정래 선생님과의 긴 대화 이어가겠습니다. 2부 마무리 지으면서 선생님께서 지난 5000년 또 앞으로 5000년 같이 살 텐데, 분단 100년 그거 별거 아니지 않느냐. 아주 정말 긴 눈으로 보셨습니다. 그래서 남북관계의 대화협력, 친하게 지내는 것. 그게 핵심 아니냐 말씀하셨는데. 지금 우리는 내부에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 NLL 발언이 어떻고 그 대화록을 찾아보자, 찾아보러 갔더니 없다더라. 이거 어떻게 보세요? 작금의 이 상황. (웃음)
◆ 조정래> 한마디로 정치 미숙이죠. 정치를 왜 하는지를 그들은 모르고 있습니다.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서 정치는 기여해야 하고. 그래서 올바르게 대의명분을 찾아서 가야 되는데 당리당략에 휘말려가지고 저렇게 소모적인 일을 계속하고. 지금 경제성장은 3%에서 허덕거리면서 국민들은 못살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는데 저게 무슨 필요 있는 이야기이며... 국가의 채무가 있습니다. 국가의 위신과 권위가 있습니다. 한 나라와 정상회담을 한 비밀 회고록을 왜 공개해야 합니까? 이러면 북한과의 관계가 나빠지는 게 아니고 전세계 국가들이 “한국 너희하고 정상회담 앞으로 안 할 거야.” 할 거 아닙니까? 어떻게 이렇게 바보 같은 짓을 하는지 저는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 정관용> 아무리 당리당략이라 하더라도?
◆ 조정래> 아니죠. 건설적인 당리당략이죠.
◇ 정관용> 뭘 얻겠다고 이걸 하는 걸까요?
◆ 조정래> 얻을 건 아무 것도 없죠.
◇ 정관용> 글쎄 말이에요.
◆ 조정래> 손해만 막대하게 끼치는 거죠.
◇ 정관용> 그 각 당 입장에서는 뭐 얻는 게 있나요?
◆ 조정래> 저는 모르겠습니다. 정치인이 아니라서. 바보들입니다, 한마디로. 그러면 안 되죠. 국민이 그런 거 하라고 뽑아준 거 아니지 않습니까? 국민이 그런 거 하라고 혈세를 내서 그들을 먹여 살리는 거 아니지 않습니까? 정신들 차려야 합니다.
◇ 정관용> 여당, 야당.
◆ 조정래> 똑같습니다.
◇ 정관용> 정부 책임 다 똑같습니까?
◆ 조정래> 똑같습니다. 다 국민 세금 가지고 먹고 살잖아요. 정직하고 그리고 무릎을 꿇고 국민 앞에 죄송스럽게 생각하면 그런 짓 못하죠. 작가가 독자들에게 올바르고 진열된 이야기만을 쓰기 위해서 골방에 앉아서 밤을 새는데 어떻게 정치인들이 이렇게 할 수 있냐고요. 작가는 국민의 혈세를 가지고 월급 받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있는데 국민의 혈세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그러면 안 되죠.
◇ 정관용> 참 답답합니다.
◆ 조정래> 답답합니다.
◇ 정관용> 그래서 안철수 의원을 지지하시는 거예요?
◆ 조정래> 그런 국면이 있습니다. 그건 비정치적이기 때문에 정치를 잘할 거라고 생각을 한 거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이미 모든 분야가 다 토대를 갖추고 굳건하게 살아 있는 나라입니다. 경제는 경제대로 잘 하고 있습니다. 사회는 사회대로 움직여 갑니다. 또 예술은, 문화는 문화대로 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도 잘 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류가.
◇ 정관용> 어느 정도 기반에 다 왔죠.
◆ 조정래> 다 올라와 있습니다. 정치가 할 일이 아무것도 없어요. 제대로 관리만 하면 되는 게 정치인들입니다. 업적 세울 수 없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가 아니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소모적인 정쟁을 하면서 국가발전을 바라는 국민들의 뜻과 정반대로 가면서 허송세월을 하고 있습니까?
◇ 정관용> 왜 그러는지는 정말 이해가 안 가신다?
◆ 조정래> 정치 미숙.
◇ 정관용> 미숙이고.
◆ 조정래> 무책임.
◇ 정관용> 무책임. 그래서 안철수 의원을 지지하시는 거예요?
◆ 조정래> 그거는 그러한... 타락한 듯한 판단력 미숙의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는 제대로 올바르게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으니까 잘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를 한 거죠. 그리고 그가 업적을 세울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정치는 정직하게, 바르게 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는 것만 보여줘도 정치발전을 엄청나게 시킨다고 저는 생각하죠. 제가 살면 앞으로 얼마나 살겠습니까?
◇ 정관용>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 조정래> 10년일 텐데.
◇ 정관용> 이제 한창이신데.
◆ 조정래> 우리 손자새끼들이 제대로 된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어서 그가, 안철수가 그런 토대를 조금이라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는 기대를 한 것이죠.
◇ 정관용> 그런데 그런 안철수 의원에 대한 믿음은 언제부터 갖기 시작하신 거예요?
◆ 조정래> 그가 평생 보여줬잖아요.
◇ 정관용> 평생?
◆ 조정래> 의사로서 편안하게 살 수 있습니다. 빌딩 올리고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거 버리고 시대가 바뀌어서 IT시대가 오니까 흥미를 가지고 일을 해서, 성공을 시켜서 스티브 잡스처럼 돈만 모았다면 그 사람 돈 몇 천억 모았을 겁니다, 백신 다 팔아서. 안 팔았잖아요. 회사 만들어서 그 돈을 다 착복할 수 있습니다. 안 하고 사원들한테 나눠줬고 돈 1500억을 사실상 내서 객관적인 재산 만들었고 대통령 되면 있는 재산 또 내놓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더 이상 뭘 바라겠습니까? 국민들이 그걸 봤기 때문에, 그의 진정성을 봤기 때문에 대통령으로 모시고 싶어 했던 거예요. 다른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 정관용> 선생님께서도 안 의원의 인생역정을 보고 믿음이 갔다?
◆ 조정래> 그렇습니다. 저는 그렇게 못할 거거든요.
◇ 정관용> 특별히 개인적 교류나.
◆ 조정래> 전혀 없었습니다. 국민이 지지하는 사람이 옳잖아요. (웃음)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렇게 지지를 했던 거죠.
◇ 정관용> 그래도 만나셨으니까 후원회장도 맡고 그러시지 않았어요?
◆ 조정래> 그 후에 만났죠. 저를 찾아와서 만나서 이야기 듣고.
◇ 정관용> 처음 찾아온 게 언제였어요? 대선 출마선언하고?
◆ 조정래> 대선 출마 전에, 선언 한 석 달 전에.
◇ 정관용> 석 달 전에 와가지고 “한번 나가볼랍니다.” 그러던가요?
◆ 조정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 정관용> 아, 묻는 과정으로.
◆ 조정래> 고언을 듣고 싶습니다. 이렇게 해서 한 두어 시간 만나 이야기를 해 보니까 믿을만하다 싶어서.
◇ 정관용> 그래서 그때 나가라 그러셨어요?
◆ 조정래> 하라고 그랬죠. 내가 미력이지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도와주겠다.
◇ 정관용> 아, 그럼 조정래 선생님 때문에 출마선언을?
◆ 조정래> 그건 아니고요. (웃음)
◇ 정관용> 그리고 그 후에도 그럼 자주 교류하고.
◆ 조정래> 그 후에 미국에 돌아와서 만나고 싶어 했는데 제가 소설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소설 쓸 때는 세상과 인연을 끊거든요. 아무도 안 만나죠. 그래서 지금까지 못 만나고 소설 끝나면 보자고 했으니까 앞으로.
◇ 정관용> 지금 그러면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로 계신데 아직 한 번도 못 가보셨겠네요.
◆ 조정래> 네, 못 갔습니다.
◇ 정관용> 앞으로 만나실 계획이고.
◆ 조정래> 네. 제가 특별히 도울 건 없을 겁니다. 정치를 모르니까. (웃음)
◇ 정관용> 지난 대선과정 마지막 단일화 그리고 패배 이 과정 참 좀 씁쓸하게, 아프게 보셨겠어요?
◆ 조정래> 저는 절대로 양보하지 말라고 했죠. “내가 당신한테 마지막 하는 말입니다.” 했더니 이틀인가 지나서 “도저히 상황이 안 되겠습니다. 포기하겠습니다.” 그래서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끝냈죠.
◇ 정관용> 왜 양보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 조정래> 단 둘이 나오면 되는데...
◇ 정관용> 박근혜, 안철수 하면 이긴다?
◆ 조정래> 네. 여론조사가 10%, 20% 막 차이가 났는데. 문재인 하면 떨어지는데 뻔한 거 아니에요? (웃음)
◇ 정관용> 그런데 단일화 과정의 여론조사방식 이런 차이를 좁히지 못해서 결국은 그렇게까지 된 거 아닙니까?
◆ 조정래> 네.
◇ 정관용> 그건 너무 미세해서 그러신가요?
◆ 조정래> 아이, 정치인들 하는 꼼수가 너무 비열하고 해서. 안철수가 못 견딘 것인데 저도 그 대목은 정말 이해가 안 돼요.
◇ 정관용> 왜 막판에 그게 타결이 안 됐는지?
◆ 조정래> 아니, 그들이 민주당 쪽에서 왜 그런 식으로 자꾸.
◇ 정관용> 민주당 쪽이 무리한 요구를 했다?
◆ 조정래> 부당하게 여론조사를 조작하고 이런. 그래서 민주당 내에서도 네티즌이 올리고 난리나지 않았습니까?
◇ 정관용> 알겠습니다. 다음번에는 그럼 안철수 의원에게 기회가 올까요?
◆ 조정래> 민심은 천심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변할지 압니까? 또 안철수 의원이 잘 가야할 텐데 앞으로 4년 동안 어떤 함정에 빠질지도 모르고, 어떤 실수할 지도 모르고 걱정이 많죠. 가시밭길입니다. 그야말로 정글만리입니다, (웃음) 그의 앞길이.
◇ 정관용> 선생님은 옆에서 그냥 미력이지만 돕겠다?
◆ 조정래> 네.
◇ 정관용> 정치적으로는 그러면 딱 노선은 정하신 거네요? 나는 안철수 노선이다, 이렇게.
◆ 조정래> 네.
◇ 정관용> 될지 안 될지는 두고 봐야 알지만.
◆ 조정래> 그리고 만약에 그가 또 기존 정치인들처럼 어떤 국민적, 대중적 배신행위를 한다면 그때는 결별이죠.
◇ 정관용> 그렇죠.
◆ 조정래> 볼 것 없이.
◇ 정관용> 지금의 민주당 갖고는 안 되겠다, 이런 거죠?
◆ 조정래> 그 사람들은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정말 기회가 얼마든지 있는데 그렇게 지지부진하고 그러는지.
◇ 정관용> 그 지지부진한 핵심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 조정래> 정치력 부족이라니까요.
◇ 정관용> 정치력 부족.
◆ 조정래> 네.
◇ 정관용> 박근혜 대통령은 잘 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어떻게 생각하세요?
◆ 조정래> 최근에 제가 몇 가지 사실에 깜짝 놀랐는데, 잘하는 쪽으로. 역사교육 강화해서 하라. 일본이 저렇게 예의 없이, 격도 없이 저렇게 야비하게 하면서 정상회담 하자고 할 때 그러려면 할 필요가 없다 거부해 버리는 이 단호함. 이런 건 잘하는 거 아닙니까?
◇ 정관용> 그렇죠.
◆ 조정래> 그다음에 IMF가 와서 비정규직이 만들어졌습니다. IMF가 끝났으면 바로 다 정규직으로 바뀌었어야 합니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 때 안하고, 노무현 대통령 때 안하고, 이명박 대통령 때 안하고 지금까지 미뤄왔습니다. 그 비정규직 숫자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하겠다고 말하고 나서 몇 개 기업 다 아시잖아요.
◇ 정관용> 조금씩 조금씩 하고 있죠.
◆ 조정래> 네. 몇천 명씩 정규직으로 바뀌고 있는데. 진즉 했어야 할 일 아닙니까? 이런 거는 잘하는 거죠. 그래서 제가 아, 이 사람 참 전라도 말로 솔찬하다. (웃음) 기대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생각보다 잘한다.
◆ 조정래> 잘합니다.
◇ 정관용> 문제점은요? 잘못하는 것은.
◆ 조정래> 최근의 국정원 문제. 이거 별로 안 좋죠. 그다음에 작전권 문제,
◇ 정관용> 전시작전권.
◆ 조정래> 이거 신중하게 해야 될 문제 아닙니까? 앞으로 두고 봐야겠지만 북한의 문제도 좀 더 과감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렇게 말하면 어폐가 있을지 모르나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업적을 날릴 수 있는 분야는 딱 한 가지밖에 없어요, 남북관계. 평화통일의 문을 여는 남북관계만 잘하면 최고의 업적을 올릴 수 있어요. 그거 딱 하나 남아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걸 잘했으면 좋겠어요.
◇ 정관용> 선생님하고 말씀을 나누다보면 작가적 통찰력이랄까? 저는 비정규직 문제를 그렇게 정리하시는 분은 처음 봤습니다.
◆ 조정래> (웃음)
◇ 정관용> IMF가 오면서 비정규직이 생기지 않았냐. IMF 끝났으면 비정규직 다 정규직화 해야 되는 것 아니에요?
◆ 조정래> 당연히 그래야죠, 국민이 원하는 바인데. 그리고 비정규직이 100만 명이면 곱하기 4입니다. 그 피해를 입은 사람은 400만 명입니다. 왜 그걸 해결을 안 합니까? 그리고 민주국가는, 사람 사는 세상은. 단 한 명의 굶주린 자만 있어도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시인 니체가 말했습니다. 지금 복지를 말하고 있는 사회에서 비정규직이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정규직의 돈을 조금씩 깎아서라도 다 정규직으로 만들어야죠. 그게 나눠먹는 거 아닙니까? 서로가. 그게 평화로운 사회죠.
◇ 정관용> 그 깎는다는 게, 그게 어려워서, 그게...
◆ 조정래> 그러니까 못 쓰죠.
◇ 정관용> 네?
◆ 조정래> 그러니까 못 쓴다고요, 서로가 다. 왜 남의 비극을 보고 내 것 아니고 너만 골탕 먹고 견뎌라. 똑같은 일을 하고 어떻게 월급을 반밖에 못 받습니까?
◇ 정관용> 그러게 말이에요.
◆ 조정래> 말이 됩니까? 이게. 그 불만이 쌓이기 시작하면 사회폭동이 일어나는 것 아닙니까? 간단한 거죠. 그들이 뭐가 못났다고 해서 그렇게 천대를 합니까? 배고픔처럼, 배고픔은 곧 죽음입니다. 사흘 굶으면 죽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하면 안 되죠.
◇ 정관용> 몇 가지 쭉 말씀해 주신 거. 쓸데없는 정쟁하지 마라. 경제성장 빨리 높이기 위해서 우선 비정규직 이런 거 없애고 복지 강화하고. 이런 게 또 다 경제성장의 밑받침이 되는 거죠?
◆ 조정래> 그럼요.
◇ 정관용> 또 그리고 남북관계 잘하고. 그래서 중국과 관계 좋아지고. 그럼 중국에 또 투자하고 중국의 시장을 활용해서 고도성장도 할 수 있다?
◆ 조정래> 네. 그리고...
◇ 정관용> 선생님 시키는 대로만 했으면 딱 좋겠네요.
◆ 조정래> 글쎄요. 박근혜 대통령이 또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역대 대통령들이 중국을 약간 경시하면서, 무시가 아니라 경시하면서 미국 갔다 온 다음에 일본 가고 이런 식으로 했잖아요. 이번에 미국 가고 바로 중국 갔잖아요.
◇ 정관용> 중국 갔죠.
◆ 조정래> 이런 건 잘하는 거죠. 외교술이 괜찮아요. (웃음) 잘하는 거예요.
◇ 정관용> 박근혜 대통령 팬이 돼 가시는 것 같아요.
◆ 조정래> 그렇지는 않습니다.
◇ 정관용> (웃음)
◆ 조정래> 그건 그거고 잘못한 건 말을 해야죠. 그게 작가의 사명 아닌가요?
◇ 정관용> 그런데 잘한 거는 아주 딱딱딱 짚어내시는 걸 보니까. 그리고 기대할 수 있겠다. 한번 기대를 갖고 보겠다.
◆ 조정래> 겨우 5, 6개월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했으면. 그 항심을 가지고 앞으로 4년 반을 해 나간다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는 생각을 하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다시 소설 얘기로 좀 돌아가서. 어떤 인터뷰 기사를 잠깐 보니까 ‘요즘 젊은 작가들의 작품, 열 페이지 읽기가 힘들더라.’ 이런 말을 하셨고 그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셨더라고요. ‘그들은 1인칭, 내가 주인공인 그런 소설만 쓰더라. 3인칭 주인공 소설을 못 쓰더라.’ 그게 무슨 말입니까?
◆ 조정래> 단편에서는 길어야 100매, 짧으면 80매. 나로 이야기를 단순화시킬 수 있습니다. 장편이라는 것은 여러 주인공이 나와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얽혀서 긴 것을 장편이라고 합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조정래> 그러면, 여러 주인공이 나오려면. 그들이 다 자율적으로,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되는데 나 해버리면. 나가 없으면 나머지는 다 죽어버리고 못 움직입니다.
◇ 정관용> 그런데 요즘 작가들은 왜 3인칭 소설을 못 쓸까요?
◆ 조정래> 노력을 안 하는 거죠.
◇ 정관용> 노력?
◆ 조정래> 네. 작가적 수련을 해서 소설을 쓰려면 모든 인물 개개가 다 전형성을 가지고, 생명력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나로 쓰는 것보다는 주인공이 네 명이면 네 배 힘들고, 다섯이면 다섯 배 힘든 일을 해야 되거든요. 그런 노력을 포기해 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단편 쓰는 식으로만 계속 장편을 쓰니까.
◇ 정관용> 살아 있는 사람들을 여럿 만들어 놔야 되는데. 그만큼의 상상력도 경험의 폭도 없다?
◆ 조정래> 네. 나라고 하는 걸 쓰면 자율성이 없어지고 활동력이 없어지고 개성 있는 인물이 없어지고 스토리텔링이 안 되죠, 단순화되어 버리죠. 그러니까 이야기가 전부 사적으로 흐르고 공감대가 구축이 안 되고 큰 사회문제 전혀 이야기할 수 없고. 이렇게 되어 버리니까 독자들의 기대치가 점점 떨어져서 독자와 결별하는. 그런 사태가 2000년 이후에 계속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게 다 노력 부족 하나입니까?
◆ 조정래> 그렇습니다. 노력하면 되죠. 그리고 세계에 위대한 작품이라는 걸 다 보십시오. 나라고 하는 주인공으로 되어 있는 소설을 봤습니까? 단 한편도 없습니다.
◇ 정관용> 맞아요.
◆ 조정래>단 한편도 없습니다.
◇ 정관용> 소설이라고 하는 게, 어떤 분이 그렇게... 기본적으로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스토리가 있고 그다음 표현, 문체 이런 게 있고 또 그 저류에 흐르는 철학적, 문명사적 어떤 고찰, 의식 이 세 가지가 있다. 상대적으로 지금 젊은 작가들은 표현, 문체. 거기에만 매달리는 거군요?
◆ 조정래> 그것도 또 말초신경적이고. 그들이 그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역사체험이 빈약하기 때문에, 분단도 모르고 하기 때문에 쓸 거리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조정래는 일제시대를 살았습니까? 안 살았잖아요. 그런데 아리랑을 썼잖아요. 그리고 그들과 한세상을 함께 살았습니다. 그래도 안 쓰고 저는 썼지 않습니까? 작가의 눈과 치열성과 노력이에요.
◇ 정관용> 게다가 안 살아보셨던 중국도 이제 쓰셨잖아요.
◆ 조정래> 썼잖아요. 노력해야죠.
◇ 정관용> 일부러 우리 한국 작가의 휴전선 이남으로 갇혀져 있는. 이 작가적 상상력을 국제화하고 싶었다, 이런 말씀도 하셨더라고요?
◆ 조정래>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도 지금까지 써온 소설이 전부 무대가 한반도 반쪽.
◇ 정관용> 남쪽이죠.
◆ 조정래> 휴전선 밑인데 이번에 그걸 터트리고 깨면서 중국 거의 전역을 무대로 삼으면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고. 어떤 독자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정글만리 읽고 나니까 중국 큰 문명이 있는 거대한 땅을 기행하는 기분이었다.’ 얼마나 좋아요.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는 걸 찾아내서.
◇ 정관용> 막 신나세요? 쓸 때.
◆ 조정래> 그럼요. 고통스러운 반면에 황홀한 성취감이 있으니까 글을 쓰죠.
◇ 정관용> 그럼 앞으로도 더 세계화, 국제화 하실 건가요?
◆ 조정래> 소재에 따라서 그렇게 해야 되겠죠.
◇ 정관용> 다음 작품이 혹시 구상돼 계십니까? 벌써.
◆ 조정래> 대략 앞으로 10년 정도 것의 구상을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10년! 뭐뭐요?
◆ 조정래> 그러니까 한 권짜리 장편을 두 권, 두 가지. 세 권짜리를 두 가지. 그다음에 단편집 하나, 산문집 하나를 앞으로 10년 동안 쓸 거예요.
◇ 정관용> 뭐 이렇게 구체적이세요? 바로 다음 거 하나를 생각하기도...
◆ 조정래> 아니, 이 정글만리도 20년 전부터 생각한 거라고요.
◇ 정관용> 그러면 우선 세 권짜리 두 개. 그건 주제가 어떤 겁니까?
◆ 조정래> 지금 말하면 천기누설.
◇ 정관용> 그래요?
◆ 조정래> 네.
◇ 정관용> 배경이 국내입니까? 중국입니까?
◆ 조정래> 그것은 특히 인간 존재의 문제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전세계도 될 수 있습니다.
◇ 정관용> 인간 존재.
◆ 조정래> 네.
◇ 정관용> 세 권짜리 두 개가 다 인간 존재?
◆ 조정래> 네.
◇ 정관용> 제가 자꾸 조금씩 조금씩 천기를 누설시키려고.
◆ 조정래> (웃음)
◇ 정관용> 한 권짜리 장편은 어떤 거예요?
◆ 조정래> 지금 한국의 교육이 정말 엉망진창이 되어 있습니다. 공기업이 다 무너지다시피 했고 사교육비로 연간 20조가 날아가는 나라입니다. 애들은 계속 자살하고 있습니다. OECD 34개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1위인데 그 1위 자살률의 반이 청소년들입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다 죽이는 거예요. 아파트에서 떨어지게 만드는 거죠, 성적 때문에. 이렇게 되면 이게 지옥이지 어디 사람 사는 세상입니까? 그래서 그 이야기를.
◇ 정관용> 교육.
◆ 조정래> 내년, 내후년쯤에 한권의 소설로 써보려고 합니다.
◇ 정관용> 뭐 시간이 다 됐고 마지막 질문인데 지난 2010년에 제 프로에 한번 나오셨었어요. 그때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사업으로 역사의 심판대에 오를 수 있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지금 4대강, 대운하 준비 작업으로 계획이 안정됐다 등등 감사원 결과도 나오고. 이런 뉴스 보시면서는 느낌이 어떠신지 한 말씀.
◆ 조정래> 1962년에 펄 벅이 중국을 향해서 ‘그들은 빛의 속도로 산업화를 이루어 낼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 정관용> 62년에요?
◆ 조정래> 네, 40년 전에요. 작가는 그런 사람들이잖아요. 이명박 정권의 4대강 문제도 제가 그렇게 예측했어요. 적중했잖아요. 청와대에서 국민을 속였다고 말했잖아요. 그러면 안 되죠.
◇ 정관용> 심판대에 오를까요?
◆ 조정래> 올라야죠. 당연히 올라야지요. 국민의 혈세 22조를 투입해서 부정이 일어나고 서로 결탁해서 돈 빼먹고. 그리고 강은 다 썩어가지고 물 쏟고 있고, 망가졌고. 수만 년에 걸친 자연풍광을 다 망가뜨렸고.
◇ 정관용> 역사의 심판대가 아니라 법의 심판대에도 올라야 된다?
◆ 조정래> 똑같이 올려야죠.
◇ 정관용> 그거 올릴 사람이 박근혜 정부인데.
◆ 조정래> 아니에요, 고발했어요. 진보당에서.
◇ 정관용> 그러니까요.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검찰에서.
◆ 조정래> 해야 되겠죠.
◇ 정관용> 할 수 있을 거라고 보세요?
◆ 조정래> 아니, 국민의 74%가 반대한 일입니다. 그걸 실패했으니 당연히 올라가야죠. 국민의 뜻입니다, 그건.
◇ 정관용> 또 통찰력으로 올라갈 거라고 보세요?
◆ 조정래> 올라가야 합니다.
◇ 정관용> (웃음)
◆ 조정래> 저는 작가의 입장에서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여기서는 예측?
◆ 조정래> 그게 만약에 유야무야되면 저는 올라가야 하겠습니다.
◇ 정관용> 예측보다는 이제 당위.
◆ 조정래> 당위입니다. 역사의 필연이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역사가 그렇게 바른 방향으로 잘 가는지. 다 관심 갖고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죠.
◆ 조정래> 그렇습니다. 그게 또 국민의 의무입니다, 지켜봐야 하는 게.
◇ 정관용> 그리고 작가로서 바로 국민들에게 그런 “깨어 있으라.” 라고 가르쳐주시는 거 아니겠습니까? 오늘 가르침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조정래> (웃음)
◇ 정관용> 오늘 고맙습니다, 선생님.
◆ 조정래> 감사합니다.
◇ 정관용> 조정래 선생님과의 긴 대화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