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수난'' 사실성탓에 비난 받아


영화배우 멜 깁슨이 메가폰을 잡아 반유태주의 논란에 빠져있는 ''그리스도의 수난''의 주연배우인 제임스 카비젤(35)이 교황의 축복을 받았다.


17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지난 15일 카비젤은 바티칸을 방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개인접견실에서 만나 대화를 나눈 뒤 축복을 받았다. 독실한 카톨릭신자이기도 한 카비젤은 "교황이 내 영화를 아신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밝혔다.

역시 카톨릭신자인 멜 깁슨 역시 영화가 일반에 공개되기 전인 지난해 12월 교황과 교황청고위관계자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줬다.

당시 교황은 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지만 이번에 카비젤을 축복함으로서 영화 내용에 만족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교황청의 대변인인 호아킨 나바로 발스 대주교 역시 "영화가 사실에 근거해 상당히 정확한 역사고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정확성이 언론이나 유태인단체의 도마에 올라 멜 깁슨은 연일 살해위협을 받고 있다.

이 영화의 사실성은 몇 가지 부분에서 두드러진다.

첫째, 이 영화에는 유명배우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유명배우를 쓸 경우 이전에 다른 영화에서 보여준 이미지가 이번 영화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 깁슨의 주장이었다. 영화 속의 유명배우라고 해야 카비젤과 막달라 마리아역을 맡은 이탈리아 여배우 모니카 벨루치정도다.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역에도 루마니아출신의 무명배우 마야 모르겐슈테른이 기용됐다.


두 번째, 이 영화는 기원후 1세기의 로마제국이란 시대적 배경을 살리기 위해 거의 전 장면이 로마에서 촬영됐다. 로마의 역사적인 유적은 영화의 사실성을 더 강하게 했다.

세 번째는 배우들의 대사처리다. 배우들은 예수가 살아있을 때 쓰이던 유태방언인 아람어와 라틴어등 고대언어를 구사한다. 예수와 그의 제자들, 마리아, 막달라 마리아등은 아람어를, 로마총독 본시오 빌라도, 로마군단병들은 구어체 라틴어인 ''불가타 라틴어''를 쓰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실성이 오히려 깁슨이 반유태주의를 선동한다는 오해를 낳기도 한다.

문제는 이 영화가 예수의 생애 마지막 12시간을 다루며 고대에 자행된 잔인한 형벌, 고문등이 그대로 나와 보는 사람들을 소름끼치게 하고 예수를 십자가형에 처하도록 선동한 유태인에 대한 미움이 생긴다는 것이 깁슨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독일의 카톨릭신학자이자 영화전문가인 라인홀트 츠빅 역시 "깁슨의 영화에서 반유태주의적인 성향이 보인다"고 인정하고 있다. 츠빅은 "기존 영화들이 예수의 신성을 중시할지 인성을 중시할지 고민하는 동안 깁슨은 이미 예수는 신이라고 단정한 뒤 예수가 받은 고통에 너무 치중했다"고 평가했다.

이 영화가 제작되기 전 이미 1990년대 초 독일에서는 연극계에서는 이와 비슷한 작품이 무대에 올라 있었다. 당시 연출을 맡았던 독일의 크리스티안 슈튀클은 그러나 "깁슨의 작품을 보고는 이건 배우가 할 일이 아니라 스턴트맨이 할 연기라고 생각했다"며 "십자가형이나 다른 형벌이 너무나 위험하고 생생했다"고 전했다.

예수역을 맡은 카비젤 역시 고문 받아 피부가 다 벗겨진 예수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매일 분장실에서 7시간동안 분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슈튀클은 "연극무대에서는 참혹함을 더 하기 위해 피를 사용했다"며 "실제로 매일 혈액을 7리터나 바닥에 흘렸다"고 말했다.

슈튀클은 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작품이지만 연극보다는 영화가 훨씬 돈벌이가 나을 것"이라며 "이미 미국에서는 지난달 25일 개봉한 뒤 2억 6400만 달러(약 3720억원)나 수입이 났다"고 전했다.

이 영화는 다음달 2일 국내에도 개봉될 예정이다.

CBS노컷뉴스 이서규기자 wangsoba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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