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이 회장의 차명 재산을 관리한 재무팀장 이모(43)씨가 살인 청부교사혐의로 기소돼 재판 과정에서 비자금이 거론됐지만, CJ측은 삼성 창업자인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의 상속재산이라는 이유로 '비자금 수사'를 비껴갔다.
다만 이 회장은 증여세, 양도소득세 등 세금 1700억원을 국세청에 납부했다. 당시 구체적인 비자금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3000억원대 안팎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번 검찰 수사로 CJ그룹의 비자금 가운데 선대자금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에 따르면, CJ그룹이 1990년대 말 이후 조성한 국내외 비자금은 6200억원대로 파악됐다. 국내 3600억원, 해외 2600억원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비자금은 상속 자금 일부와 CJ(주)로부터 횡령한 자금이 포함됐다"면서 "상당 부분은 법인자금을 횡령했거나 회사에게 귀속될 이익을 개인에게 귀속시켜 비자금을 조성.운영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이 선대에서 물려받은 자금보다는 회사자금을 횡령한 금액이 훨씬 많다는 의미다.
검찰은 이 회장이 횡령한 603억원과 선대자금 일부를 국내 비자금으로 조성.운영해 이를 3600억원으로 불렸다고 봤다.
해외비자금은 모두 횡령한 자금이 종잣돈이 된 것으로 수사 결과 밝혀졌다. 이 회장은 해외비자금을 조성하면서 360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렸다.
그는 빼돌린 돈으로 해외 페이퍼컴퍼니와 임직원 명의로 2000년대 초반부터 주식거래를 해 수천억원의 양도차익과 배당수익을 올렸다.
애초 2008년 재판과정에서 비자금 문제가 불거졌을 때 경찰과 검찰은 CJ측 해명만 듣고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국세청은 1000억원대의 탈세 혐의에도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이어 2009년 천신일 세중나모그룹 회장과 CJ그룹 간 편법 거래 의혹이 일면서 대검찰청 중수부는 CJ그룹이 2008년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을 당시 천 회장이 로비를 벌인 의혹에 대해 조사했지만 혐의점은 찾지 못했다며 수사를 종결해버렸다.
이를 놓고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절친 천신일 회장 등 이른바 특정학교 출신 측근들이 CJ그룹을 위해 로비를 벌여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과 국세청의 미온적인 태도로 이 회장은 수년동안 계속해서 탈세와 횡령 등 불법을 저지르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