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새벽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 노량진 배수지 수몰 참사 희생자들의 시신이 차례차례 도착했다.
서울 고려대구로병원 합동분향소에는 적막함 속에 유족들의 애끊는 곡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전날 오전 숨진 채 발견된 박명춘(48) 씨의 시신에 이어 이승철(54), 박웅길(55) 씨의 시신도 오후 11시 15분쯤 합동분향소에 안치됐다.
이어 발견된 김철덕(54), 임경섭(44), 이명규(62) 씨의 시신도 이날 오전 1시 20분쯤 분향소로 옮겨졌다.
시신과 함께 병원에 도착한 유족 50여 명은 사고 현장에서의 오랜 기다림 끝에 결국 절망과 맞닥뜨린 탓인지 혼이 나간 모습이었다.
붉게 충혈된 눈은 공허했고 오열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은 듯 유족대기실에서 망연자실했다.
하지만 합동분향소에 속속 영정 사진이 들어오자 복받치는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고(故) 이명규 씨의 여동생은 "얼마나 무서웠겠어. 물속에서 허우적대다가 힘이 빠져 죽었단 말이야 얼마나 무서웠겠어 우리 오빠. 꿈이었으면 좋겠어"라고 절규하면서 이 씨의 영정 앞에 무너져 내렸다.
고(故) 김철덕 씨의 딸은 영정 사진이 눈에 들어오자 소리 없이 흐느끼며 굵은 눈물 방울만 떨궜다.
사고 직후 숨진 조호용(60) 씨의 시신은 흑석동 중앙대병원에서 이날 오전 10시 고대구로병원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시신 수습이 마무리되고 모든 유가족이 합동분향소에 모이면, 구체적인 장례절차와 보상대책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