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쳇바퀴 회담 이유? 재발방지 문제 '제로섬 게임'

개성공단 사태해결을 위한 남북 4차 실무회담이 17일 합의문 없이 종료됐다.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 2차회담부터 지금까지 합의문이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은 셈이다. '재발방지 방안'을 합의문에 넣는 문제를 두고 남북이 양보할 수 없는 '제로섬(zero-sum) 게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측 김기용 수석대표는 이날 오후 회담을 마무리 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 측은 합의문의 본질적 문제가 '재발방지 보장 조치'고 이와 관련해 북측이 진전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북측은 3차 회담에서 재발방지 보장 조치와 관련해 진전된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내놨는데, 이번 4차 회담에서도 수정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은 "재발방지책이라고 말하긴 어렵다"며 회담 때마다 같은 안으로 맞섰다. 김 수석대표는 "우리는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북측이 재발방지 조치와 관련해 '나름대로' 진전된 안을 재차 내놓고 있지만 우리 측이 원하는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쳇바퀴가 도는 이유는 재발방지 문제가 남북 한쪽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 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재발방지 조치는 이번 개성공단 사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와 연동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북한은 북측 직원을 공단에서 철수시키면서 남측의 '최고 존엄' 무시 등 체제 비판을 이유로 내걸었다. 최고 존엄은 북한에서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적인 것이다.

따라서 북측이 제시한 초안에는 개성공단 폐쇄의 책임을 남측에 돌리면서도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모호한 문구가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에 '폭우에도 흔들리지 않을 집(김 수석대표)'을 지으려는 우리 측의 요구에는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재발방지 보장 문제는 남북 어딘가 양보할 수밖에 없는 이슈"라면서 "우리 정부의 입장이 확고한 만큼, 개성공단 재가동을 강하게 희망하는 북한이 입장을 바꾸고 나오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더구나 우리 정부는 이번 합의가 향후 금강산 관광 관련 회담에서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도출되는 합의문이 향후 남북경협에서 일종의 '교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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