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열' 유가족 "비 때문에 위험해 일하기 싫다 했는데…"

시신 발견된 박 씨 유가족, 병원서 '망연자실'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상수도관 이중화 부설공사 배수지 사고현장에서 실종자 시신1구 수습되어 구급차로 이동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한국에 돈 벌러 왔다가 그 돈은 쓰지도 못하고…".

17일 노량진 수몰 현장에서 발견된 고(故) 박명춘(48) 씨 시신이 이송된 서울 보라매병원 장례식장.

사고 현장을 지키고 있던 박 씨의 아내 이춘월(41) 씨 등 유가족도 곧장 병원으로 달려왔다.

아직 빈소가 마련되지 않아 휑한 장례식장에는 이 씨를 비롯한 가족들이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넋이 나간 표정의 이 씨는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연신 "어떻게 이렇게 갈 수가 있냐"고 울음을 터뜨렸다.


충남 당진에 살고 있는 고모 박모(64) 씨는 텔레비전 뉴스에서 공사장 사고라며 조카의 이름과 나이가 나오는 것을 보고 날이 새자마자 한달음에 서울로 달려왔다.

고모는 흐느끼는 아내 이 씨를 위로하다가 "한국에 돈 벌러 와 명절에도 얼굴 못 보고 일했는데 조카가 너무 불쌍해서 어쩌냐"며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우리 조카는 몸도 날래고, 한국은 장비도 기술도 좋을테니 꼭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도했는데"라며 말도 다 잇지 못했다.

중국 길림성 왕청시에 살았던 박 씨네 가족은 5년 전쯤 부부와 20대 아들이 함께 한국으로 와 인천에 둥지를 틀었다.

박 씨는 1년 중 추석에나 겨우 친척들 얼굴을 볼 정도로 바쁘게 일했다.

동아지질에서 일한 지는 6개월쯤. 안 그래도 지난 주말밤 폭우가 계속되자 박 씨는 아내 이 씨에게 "작업이 위험할 것 같은데 일하러 가지 말고 쉬고 싶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 때 쉬고 싶다고 했을 때 쉬게 할걸"이라며 연방 자책으로 눈물지었다.

정오를 전후해 다른 실종자 가족들도 속속 병원에 도착했다. 보라매병원에 6명 실종자들의 합동분향소를 마련할 수 있을지 미리 점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재 보라매병원에 비어있는 빈소가 5개뿐이라 실종자 6명을 전부 안치할 수 없어, 가족 측과 서울시 측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가족 대표측의 입장은 "6명 실종자 모두 합동 분향을 원한다"는 것. 호화로운 병원 시설은 원치 않으니, 냉동고를 동원해서라도 6명 실종자들 장례를 한 자리에서 치르고 싶다는 게 유가족의 생각이다.

이에 서울시는 빈소를 트거나 접견실을 이용하는 등 공간 마련에 고심했지만, 아직까지 유가족측과 최종 안을 결정짓지는 못한 상황이다.

서울시 보건정책과 관계자는 "여섯 자리가 비어 있는 병원을 찾을 수가 없었다"며 "유족들이 원하는 대로 최대한 맞출 것이니, 합동 분향을 원한다면 시청 앞 분향소 설치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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