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원은 17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권력기관이 정치에 과도하게 개입해서는 안된다"며 "정쟁 유발의 동기 제공이나 갈등의 골을 깊게 파는 일을 권력기관이 나서서 하게 되면 그 부담은 여권 전체가 진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지금의 정국이 매우 험악해 진 원인은 국정원에 있다. 국정원이 NLL 대화록만 국회에 던지지 않았어도, 여당이 슬기롭게 문제를 풀려했지만 못했다"면서 "또 국정원 개혁 문제에 대해서도 '스스로 개혁하라'는 것 때문에 여당은 개혁에 대해 말도 못 붙이는 형국이 됐다"고 청와대를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같은 정치적 혼란의 원인을 제거하려면 국정원장의 자진사퇴가 불가피하다. 국정원 개혁안도 야당이 아니라 여당이 먼저 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가 정치적 감사라고 맹비난했다. 이명박 정권의 특임장관을 지낸 이 의원은 친이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의원은 "감사원은 정치적 감사, 주문 감사를 하면 안 된다. 맞춤형 감사를 해서야 되겠느냐"며 "전 정권의 국책사업을 한 세대가 끝나기도 전에 몇 차례나 바꿔 감사결과를 낸다면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 지금의 정권이 한 일을 또 맞춤 감사할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 발표 때마다 결과가 다르면 감사원장이 직접 현장에 가보고 확인을 했어야 한다. 그렇게 해보지도 않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은 여권 전반에 매우 큰 부담을 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감사원장의 자진 사퇴도 정권의 안정을 위해서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뒤이은 청와대 비판도 4대강 감사 결과와 연관된 내용이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례적으로 '실명'을 걸고 "대운하 사업을 염두에 둔 게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논평한 바 있다.
이 의원은 "국민 대통합과 갈등해소, 일자리 창출이 급한 지금 청와대가 정쟁의 중심에 서면 되겠느냐"며 "청와대는 말을 아끼고 가려야 한다. 요즘 청와대 논평을 보면 감당이 안 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대국민 사기극이라든지, 이게 과연 청와대가 내놓을 논평이고 정치코멘트인가 의심할 정도"라며 "청와대가 정쟁의 중심에 서니까 여당은 뒷설거지나 하고, 뒤따라다니고 싸움이나 대신 하고 있다. 이러면 안 된다"고 비꼬았다.
이어 "우리도 야당 때 틈만 나면 청와대를 걸고 넘어졌다. 여당이 이에 대응하면 청와대가 말려야 하고, 필요하면 여야 원내대표를 초청해 조찬도 하면서 국정을 풀 생각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의원에 이어 역시 친이계인 이병석 국회부의장도 감사원 때리기에 가세하면서, 4대강 감사 결과를 놓고 '친박계 현 정권'과 '친이계 전 정권' 인사들 간의 내분 양상을 연출했다.
이 부의장은 "당이 나서서 감사원 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면서 "감사원이 작은 정황적 추측을 가지고 대운하 사업이라는 식의 결과를 발표했는데, 정권 바뀔 때마다 표적감사, 널뛰기감사, 보복감사를 일삼은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