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머만의 부모는 ABC뉴스 '나이트라인'과의 독점 인터뷰에서 진행자인 바버라 월터스에게 "아들이 평결 직후 사라졌다"며 자신들도 법원을 나온 이후 아들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평결 이후 첫 방송 출연인 이날 인터뷰에서 짐머만의 아버지 로버트 짐머만과 어머니 글래디스 짐머만은 "수많은 살해 위협 때문에 우리 역시 은신 중이며 플로리다 올랜도에 있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짐머만은 지난해 비무장 상태의 10대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최근 무죄 평결을 받고 풀려났다.
이번 재판 결과를 두고 또 하나의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흑인 사회가 거세게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짐머만 부부는 아들의 무죄 평결로 누린 해방의 자유는 일순간에 불과했다면서 지금은 아들과 전화 통화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버지 로버트는 "우린 수많은 살해 협박을 받고 있다. 조지도, 변호인단도, 샌퍼드의 경찰도 모두 마찬가지"라고 털어놨다.
이들은 아들이 직업도, 건강보험도 없이 매월 정당방위 기금에서 나오는 약간의 돈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자신들 역시 지난 몇 달간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글래디스는 "우린 조지뿐 아니라 모든 가족, 모든 것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아들의 성격을 묻는 말에 이들 부모는 "외향적이고 이웃을 돌볼 줄 아는 인정 많은 아이"라면서 "집 없는 사람들에게 패스트푸드 상품권을 사다 주기도 하고 가족을 잘 챙기는 성격이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아들을 적극 변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로버트는 "조지는 절대 인종주의자가 아니다. 조지가 트레이번 마틴을 처음 봤을 때 그의 피부색이 무엇이었는지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이번 평결 이후 미 곳곳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히스패닉계를 겨냥한 흑인들의 보복 범죄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지 짐머만이 히스패닉계 백인이기 때문이다.
실제 볼티모어에서는 한 무리의 흑인 소년들이 한 히스패닉계 남성을 집단 구타하는 장면을 봤다는 목격담이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지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지역 신문인 볼티모어선이 보도했다.
페이스북에 이런 내용의 글을 올린 크리스티나 더들리는 "흑인 소년들이 권총으로 히스패닉계 남성의 등을 겨냥하면서 쫓아가 붙잡고는 '트레이번이 죽은 대가다'라고 소리치며 마구 때리고 발로 밟았다"고 말했다.
더들리는 당시 인근을 지나던 다른 여성과 함께 그 흑인 소년들에게 "그만하라. 911에 신고하겠다"고 소리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소년들은 신고를 받은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피해 남성을 현장에 내버려둔 채 사라졌다.
볼티모어 경찰은 "이번 사건이 짐머만 사건에 앙심을 품은 흑인 소년들의 보복 행동인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LA), 오클랜드 등에서는 이날 평결에 항의하는 시위도 벌어졌다.
LA 크렌쇼에서는 시위 참가자들이 자동차 위에 올라가 발로 밟고 행인들을 뒤쫓는가 하면 월마트 안으로 진입을 시도해 최소 1명이 체포됐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경찰은 이런 무법 행동에 가담한 시위자가 80~150명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앤디 스미스 사령관은 "우린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다른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폭력적인 행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유명 흑인 인권운동가인 앨 샤프턴 목사는 이날 흑인 라디오쇼 '톰 조이너 모닝쇼'에 출연한 자리에서 판결 일주일째를 맞는 오는 20일 대규모 시위를 또 열겠다고 예고했다.
샤프턴 목사가 주도하는 이번 시위는 다음달 말로 예정된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 50주년 행사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평결의 여진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