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감사결과의 사실 여부를 떠나 감사원이 정권이 바뀔때마다 감사결과 역시 바꾸는 행태에 대해 '정권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감사원 발표에 힘실어주는 朴대통령
감사원은 지난 10일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시공일괄입찰 등 주요계약 집행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며 4대강 사업이 곧 대운하 건설용이라고 밝혔다.
브리핑 과정에서는 감사원은 "수심이 5~6미터 정도 되도록 하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내용까지 공개하며 감사결과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감사결과가 나오자마자 청와대는 이정현 홍보수석을 통해 "감사원 감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입힌 큰 일이라고 본다. 국민을 속인 것이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15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무리하게 추진돼서 국민 혈세가 들어간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감사결과에 힘을 실어줬다.
국민여론이 4대강 사업에 부정적이었고 감사결과가 나오자 "그럴 줄 알았다"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 만큼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이같은 입장은 국민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서 감사결과가 바뀐 것과 관련해 논란이 커지는 것에 대해서는 "그럼 4대강 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감사결과가 나왔는데 이걸 공개하지 말라는 말이냐"며 항변한다.
◈바뀐 감사결과에 대한 문제지적은 없어
그러나 청와대의 이같은 입장에는 이번 감사결과에 대한 평가만 있지 앞선 4대강 사업 감사에서는 왜 이같은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는지에 대한 문제 지적은 빠져있다.
감사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시기인 지난 2011년 1월에 4대강 사업에 대한 1차 감사를 진행했고 당시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내놨다.
4대강 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당시 야권과 시민단체, 그리고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며 4대강 사업이 결국 대운하 건설용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감사원은 정권의 입맛에 맞는 감사결과만을 내놓은 것.
그러다 4대강 사업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올해 1월 감사원은 "총체적 부실"이라는 감사결과를 내놨고 이어 얼마전에는 "4대강 사업=대운하 건설용"으로 결론지었다.
3차 감사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 관계 기관의 문건 등 증거자료를 몇가지 제시했을 뿐 결론은 2년 반전에 나온 각계의 주장과 별반 다를바 없다.
결국 감사원의 이번 감사결과가 '사실'의 문제라기 보다는 '의지'의 문제였다는 점에서 독립기관 감사원이 '정권 눈치보기'를 한다는 비판을 감사원 스스로가 자초했다는 평가다.
더 큰 문제는 감사원의 '정권 눈치보기'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2008년 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쌀 직불금'에 대한 감사다.
감사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말기인 2007년 고위공직자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연루된 쌀 직불금 부당 수령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서도 정권의 지시로 이를 발표하지 않았다.
특히, 감사원은 감사보고서 비공개 지시에 따라 감사 자료를 파기한 것으로 드러나 정치권에서는 진실공방이 벌어졌고 심지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당시 김황식 감사원장은 쌀 직불금 관련 감사자료를 복구하고 향후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보장 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 등을 마련하겠다며 국민들 앞에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감사원장이 감사원의 독립성 문제에 대해 사과한 지 5년여가 지난 지금도 감사원은 똑같은 이유로 지탄의 대상이 됐다.
◈임기 보장된 감사원장도 결국 '파리목숨'
헌법은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으로, 감사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임기는 4년으로 1차에 한해 중임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5인 이상 11명 이하로 구성된 감사위원은 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감사원장과 임기가 같다.
이처럼 헌법상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의 임기가 보장돼 있지만 역대 정권에서 감사원장의 임기가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여러차례 있었다.
특히, 정권이 바뀐 뒤에는 어김없이 몇달 지나지 않아 다양한 이유로 감사원장이 교체되는 것이 그동안 관례로 통했던 것이 사실이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2년 이상 임기가 남은 양건 감사원장이 한 달 넘게 교체론에 시달리다 최종적으로 '유임'이 결정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결국 헌법상 보장된 임기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변화에 따라 임기가 늘어났다 짧아졌다 하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이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감사결과를 내놓기는 사실상 힘들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