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피해 속 '춘천판 청계천' 빗자루질 빈축

"외국사람들이 보면 다들 웃겠습니다. 다른데는 수해 복구하느라 난리인데 하천 바닥에서 빗자루질이나 하고 있으니..."


잠시 집중호우가 멈춘 16일 오전, 산책 중이던 한 시민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손가락 끝은 '청계천+20 프로젝트'의 하나로 추진된 춘천 약사천 복원공사 현장에 투입된 인부들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들은 조경석 사이에 벌어진 틈에 자갈을 채워 넣거나 망가진 화단을 재정비하고 있었다. 일부는 빗자루를 들고 하천에 들어가 퇴적물을 하류로 쓸어냈다.

인부들은 약사천 시공업체 소속으로 비가 멈춘 사이 시설정비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춘천시 관계자는 "시공업체에서 집중호우로 훼손된 지역을 정비하느라 인력을 투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특히 하천 바닥을 쓸어내리는데 비판이 몰렸다.

박모(69)씨는 "퇴적물에서 나는 악취를 없애기 위해 빗자루질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약사천에서 지금 당장 급한게 바닥 청소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춘천시의회 이원규 의원도 "복구도 중요하지만 약사천 상류와 하류에 침수 피해가 컸는데 이에 대한 검토나 보완보다 미관만 생각하는 듯한 모습이 안타깝다"며 "침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는 춘천시의 관리감독도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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