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을 고한 '100억 원대 사기사건', 그 전말은…

25명 가담 조직적 사기극…서로 누가 누군지도 모르게

영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100억 원대 사기사건이 주범인 나경술(51)이 검거되면서 사건 발생 1달여 만에 종말을 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바지·백지수표공급책, 자금 및 전주소개책, 은행알선책, 경비제공책, 위조책 등 철저한 역할 분담을 통해 31명이 조직적으로 범행을 계획‧감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총책인 나경술로부터 각자의 임무에 대한 지시만 받을 뿐 서로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일종의 점조직 형태로 범행에 가담함에 따라 사건 발생 초기 경찰 조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희대 사기극은 나 씨가 지난 1월 국민은행 김 차장을 통해 일련번호만 있고 금액은 찍히지 않은 자기앞수표 진본 용지를 확보하면서 시작됐다.

김 차장은 사채업자 김 씨가 자기 돈으로 1억110만 원짜리 수표를 발행할 때 A4용지에 찍은 가짜 수표를 내주고 진본 수표 1장을 따로 빼놨다가 나 씨에게 진본수표를 전달했다.

이후 나 씨는 실제 돈 주인 박 씨가 국민은행 동역삼지점에서 정상 발행한 100억 원짜리 수표의 일련번호 일부가 가려진 수표 사본을 최영길을 통해 넘겨받는다.


나 씨는 수표 위조계의 최 사장으로 불리는 위조책(미검)에게 진본 백지수표를 넘겨 발행번호를 지운 뒤 컬러 잉크젯 프린터로 100억 원짜리 수표를 만들어 냈다.

이어 나 씨 일당은 이 수표를 국민은행 수원 정자동 지점에서 지급받아 최영길이 미리 준비한 법인 통장 2개에 각각 50억 원씩 나눠 입금했다.

이후 일당은 명동 사채 시장을 통해 한화 2억5천만 원과 67억 원 상당의 미화, 30억 원 상당의 엔화 등으로 바꿔 현금화했다.

특히 검거 당시 나 씨는 또다른 1천억 원대 금융사기 범행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은 사건 일지.

▲6. 14. 수원중부경찰서 100억원 위조수표 피해신고 접수
▲6. 17. 지방청 수사과 전담수사팀(17명) 구성
▲6. 18. 인출책 2명 검거
▲6. 19. 환전책 3명, 인출책 1명 검거, 검문검색강화 및 공조수사요청
▲6. 20. 환전책 1명 검거, 환전책 사무실 압수수색
▲6. 21. 범행공모자 2명 특정, 범행 거점 확인
▲6. 25. 은행알선책 주모씨 검거
▲6. 26. 은행알선책 장모씨 검거, 최영길‧김영남‧김규범 공개수배
▲6. 28. 국민은행 한강로지점 김모 차장 검거(백지수표 발행), 범행주도자 나경술 공개수배
▲7. 1. 은행알선책 김영남 자수
▲7. 8. 백지수표 발행 경위 확인
▲7. 10. 자금모집책 오모씨 검거
▲7. 11. 양모씨(나경술 애인) 검거 및 주거지 압수수색
▲7. 12. 총책 나경술, 호위책 김모씨 검거(서울 강남)
▲7. 13. 바지 최영길 검거(부산 사하), 자금 및 전주소개 김모씨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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