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다른’ 성수진-오병길의 유쾌한 하모니

[노컷인터뷰]“이젠 음악을 포기하면서까지 다른 걸 하고 싶지 않아”

의외의 조합은 그 자체만으로도 신선하고 재미있다. 성수진과 오병길은 경쟁사 오디션프로그램 출신들답게(?) 취향, 성격 등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음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포기의 문턱에서 다시 돌아온 것’ 말고는 교집합이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런 두 사람이 같은 기획사와 계약을 맺더니 듀엣곡 ‘귀뚜라미’를 발표했다.

두 사람이 만들어낸 하모니는 꽤 매력적이다. 허스키한 성수진과 까랑까랑한 오병길의 목소리는 식상하지 않은 수준에서 잘 섞였다. 또 성수진이 시원시원하게 그려놓은 밑그림에 오병길이 섬세한 터치를 더해 남녀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를 완성했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만큼 팀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시너지 효과가 컸다.

“수진이와 함께 음악을 하다 보니 말은 안 해도 교감이 있었어요. 더 많은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즐겁거나 지독하거나 또 다른 사랑이야기를 하면 나올 수 있는 것들이 달라지니까요. 내지 않았던 소리들이 나올 것이고 그런 것들도 교감하고 싶고요”(오병길)


“원래 이 곡 제목이 ‘이 여름이 오면’이었어요. 그런데 제목이 ‘귀뚜라미’로 바뀐 거죠. 제 머릿속에 없던 단어라 감정이 잘 안 잡혔어요. 그런데 오빠가 먼저 녹음한 걸 들으니까 너무 슬펐어요. 저도 모르게 감정이 잡혀서 바로 녹음을 했어요”(성수진)

성수진은 SBS ‘K팝스타’ 시즌2에, 오병길은 MBC ‘위대한 탄생3’에 도전해 각각 톱10, 톱3에 오른 실력파들이다. 서로에 대해 사전탐색을 할 기회가 충분했다는 얘기.

“사실 결혼하기 전까지 집에 TV가 없어서 ‘K팝스타’를 본 적이 없어요. 제가 나온 방송도 못 봤어요(웃음) 수진이랑 듀엣곡을 부른다고 했을 때 싹 모니터했는데 멋있었어요. 특히 시즌1에 이어 또 한 번 도전했다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또 노래에서 연륜이 느껴져요. 그게 노래뿐만이 아니라 가치관에도 묻어나더라고요”(오병길)

“전 ‘K팝스타’를 하면서 제가 탈락하기 전까지 숙소에서 다 봤어요. 저희는 ‘위대한 탄생’ 시작하면 숙소에 모두 모여서 누가 올라갈지 맞추기도 했거든요. 이 오빠는 자신감이 넘쳤어요. 산에서 혼자 노래하다 온 느낌이랄까(웃음) 전 저만의 강점이 없는데 오빠는 모든 노래를 ‘오병길화’ 해서 부르더라고요. 부러웠어요”(성수진)

두 사람 스타일이 다른 것은 음악을 해온 환경이 다른 데에서 기인한다.

“학교 다닐 때 상처가 많았어요. 신용재랑 학교에서 같이 밴드를 했는데 정말 월등히 잘 했어요. 정말 말도 안 되게 하더라고요. ‘위대한 탄생’ 시즌1에 나왔던 희주 언니도 같은 밴드였는데 언니 때문에도 상처 많이 받았죠(웃음) 자신감이 없어져서 학생들 앞에서 노래를 안 했는데 1년 동안 계속 그들의 노래를 듣다 보니 많이 배워지더라고요”(성수진)

“주위에 확 달려 나가는 친구가 있어야 같이 쫓아가는데 전 전공이 재즈라. 전 소울, 펑키를 좋아했는데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같이 할 친구들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어요. 다만 재즈는 즉흥연주라 같은 곡도 자연스럽게 코드에 묻어서 어레인징 해야 하고 치고 나가기도 하고 그러는데 그게 저한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오병길)

“전 그런 게 부러워요. 전 애드리브도 못 하고 센스도 없는 편이라. ‘K팝스타’ 때 숙소에서 친구들이 샐러드도시락에 불만을 품고 즉흥적으로 노래를 한 적이 있어요. 라쿤보이즈랑 예근이가 건반을 치고, 찬혁이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하는데 끊이질 않더라고요. 전 센스가 없으니까 웃고만 있고. 신선했고 정말 많이 배웠어요”(성수진)

“수진이는 소리가 너무 좋아요. 성량이랑 호흡도 좋고요. 그게 참 부러워요. 전 한때 살이 빠지면서 천식이 생겨서 호흡을 바닥까지 긁어서 써야 하는데 수진이는 톤의 변화 없이 고음까지 쭉 가잖아요. 하나 툭 던졌는데 확 와 닿아요. 전 그렇게 하려면 필요 이상의 호흡을 써야 하거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청량하게 부르죠(웃음)”(오병길)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면 오디션프로그램을 계기로 자신들이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았다는 것.

“사실 양악수술을 할 때 다신 노래를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하고 나니까 또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더라고요. 문제는 예전만큼 소리가 안 나왔어요. 그러다 ‘K팝스타’에 나갔고 ‘예쁘다 예쁘다’ 해주시니까 제가 착해지더라고요(웃음) 무대 자체가 즐겁다는 걸 알았고 이젠 노래를 포기하면서까지 다른 걸 하고 싶지 않아요”(성수진)

“‘위대한 탄생’에 지원하기 전에 음악을 그만두려고 했었어요. 괴로운 일이었지만 결혼 전이라 고정적인 수입도 필요했고 취직을 할까 했죠. 그런데 와이프가 용기를 줬어요. 저에 대한 확신이 있으니까 옆에 있는 거라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한 문제라면 심각하게 고민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무조건 음악이 우선이에요”(오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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