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의 기둥 '해양플랜트', 그 속을 보면…

국산부품 사용률 겨우 20%, 생각보다 적은 실속

조선업의 불황 속에서도 바닷속 원유나 가스를 캐는데 사용하는 선박, 해양플랜트만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며 선전을 해 국내 조선업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해양 플랜트 사업도 속을 들여다보면 국산 기자재 사용률이 20%에 그치고 설계비용으로 막대한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 생각보다 실속이 적다는 평가이다.

이에 따라 기자재와 설계의 국산화를 통해 해양플랜트 사업을 한 단계 성장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드릴로 바닷속을 파 원유를 캐는 ‘드릴쉽’, 바다에 떠서 원유를 추출하고 끌어올려 저장하는 시설 ‘FPSO’, 역시 바다에 떠서 LNG 가스를 캐는 시설 ‘LNG FSRU’...해양플랜트 사업을 대표하는 선박이다.

15일 산업통산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 세계에서 드릴쉽 3척, FPSO 2기, LNG FSRU 1기가 발주됐는데, 현대중공업과 삼성 중공업 등 우리나라 조선사가 싹쓸이 수주에 성공했다.

명실공히 ‘해양플랜트 최강국’이라고 할 만하다.

수주를 한 뒤 배를 만들어 인도해야 물량(수주잔량)을 봐도 지난 5월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491억 달러로 162억 달러의 중국에 3배를 넘는다.

이는 중국의 수주잔량이 246억 달러로 우리나라의 43억 달러를 멀찌감치 앞질러간 ‘벌커’ 선박과 크게 대조된다.

‘탱커’의 수주잔량도 중국 82억 달러 한국 111억 달러, ‘컨테이너선’도 중국 109억 달러 한국 183억 달러로 중국이 바짝 추격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첨단 기술이 필요한 해양 플랜트만은 중국 조선업의 근접을 허용치 않으며 국내 조선업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해양 플랜트 사업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먼저 지난해 5월 기준으로 해양플랜트에 들어가는 국산 기자재 사용 비율이 20%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80%는 발주처의 요구대로 세계 시장에서 검증이 된 해외 업체의 것을 써야 하니, 국내 협력사에 떨어지는 이익이 적고 동반성장의 의미도 살리지 못하는 형편이다.


코트라 주력산업팀 김승욱 팀장은 “원유나 가스를 채굴하는 시설은 한번 사고가 나면 원유나 가스 유출 등으로 대규모 해양오염이나 폭발사고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오일 메이저들이 발주를 할 때 해양 플랜트 건조 시 사용해야 할 기자재를 미리 정해주는 등 매우 보수적인 분위기여서 아직까지 국내 협력사들의 진출이 미미하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설계 능력도 여전히 부족해 해외 업체가 그려 준 것을 받아서 그대로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단 해양 플랜트 설계는 밑그림을 그리는 ‘기본설계’, 기본 설계를 바탕으로 해양플랜트를 만들 수 있도록 세부적으로 설계하는 ‘상세 설계’, 판형, 용접 부위 등 조선소에서 실제 생산 작업에 필요한 사항을 도면으로 만드는 ‘생산 설계’로 구분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드릴쉽의 경우 기본설계와 상세, 생산설계 등 전 과정을 국내 기업이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지만, FPSO는 플랜트 설비가 장착되는 상부설비의 기본설계와 상세설계를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에 맡기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1억 달러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했다고 할 때 기자재 구입과 설계비용으로 해외로 빠져 나가는 돈이 절반을 차지한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물론 업계에서도 이런 맹점을 잘 알고 있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설계 능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해양엔지니어링 센터’를 연데 이어 올해 말까지 인력을 180명으로 늘리고 오는 2016년까지 650명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해외 유수업체와의 합작을 통해 문제 해결을 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말 오일 메이저 유전개발 프로젝트의 기본설계 상세설계 등을 수행한 바 있는 영국 AMEC, 삼성 엔지니어링과 미국 휴스턴에 합작 회사를 세웠는데, 앞으로 이 회사를 해양플랜트 전문 엔지니어링 회사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해외 엔지니어링업체가 해양플랜트 원청사로 수주를 따내고 국내 조선사는 하청 제작만 맡는 경우가 많았지만, 국내 조선업체가 원청회사가 돼 대형 해양플랜트를 수주하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며 “보수적인 산업 특성상 단기간에 큰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국내 조선업계의 기술과 경험이 성숙되면서 자체 설계비율과 기자재 국산화율도 더불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조선사들의 노력으로 상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뚜렷한 진전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국내 조선업계가 기자재와 설계의 국산화를 통해 해양플랜트 사업을 한 단계 성장시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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