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도 2배 데이터도 2배 즐거움도 2배 !’
요즘 우리가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주요 통신사들의 광고 문구이다.
두 개의 광고문구 모두 ‘속도’를 강조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통신사들의 ‘빠름’경쟁은 지난 6월 말, SK telecom이 세계 최초로LTE-A 서비스를 공개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KT 와 LG U+도 하반기에 LTE-A 서비스 출시,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고 발표함으로써,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LTE-A서비스는 기존의 4G LTE서비스 보다 한 단계 진일보한 통신 서비스로, 최대 150Mbps 속도를 보유한다. 이는 영화 ‘어벤저스’를 표준급 화질로 다운받는데 54초 정도 걸리는 속도다. 이 영화를 4G LTE에서 다운받으면 1분 47초, 3G에서 받으면 9분 15초가 걸린다.
하지만, 이러한 ‘빠름’으로 일관된 경쟁구도에는 아쉬운 단면이 있다.
통신사들의 ‘빠름’을 향한 경쟁구도가 소비자들의 요구와는 관련 없이 그들의 입맛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최대 모바일 포털사이트인 ‘세티즌’은 지난 달 LTE-A 서비스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참가자 총 1,158명 중 “현재 4G LTE서비스에 만족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매우 만족한다’가 13.6%(158명), ‘만족한다’가 52.2%(604명)으로 총 응답자의 65.8%가 현재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었으며, 전체 응답자의 6.3%(불만족, 매우 불만족)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다.
대학생 김 모씨 (22)는 “ 벌써 새로운 것이 나왔다길래 놀랐다. 4G LTE 서비스가 나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다음 서비스가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 현재 서비스에도 만족한다.” 라고 말했다.
통신사, 새로운 서비스 출시때 기존 서비스는 철수…신규 서비스 유인책
새로운 통신 서비스가 나오면 나올수록 이전 서비스는 점점 철수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또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011년 말 논란이 되었던 한 통신사의 일명 ‘ 2 G 서비스 죽이기’가 그 예이다.
해당 통신사는 당시 약 30만 명에 달하는 2G 서비스 이용자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2G 서비스를 전면 종료하여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게다가 요즘에 출시되는 신형 스마트폰은 4G LTE와 LTE-A서비스 전용으로, 3G 서비스가 적용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통신사들의 ‘3G 죽이기’도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 요즘 3G를 이용하시는 분들은 스마트폰이 많이 느려졌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주요 통신사들이 합의하여 3G서비스를 느리게 하기 때문이다. 이는 고객들을 3G 서비스보다 평균적으로 통신요금이 더 비싼 LTE 나LTE-A 서비스로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이다.” 라며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통신사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미 공공연한 사실” 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될 때마다 이전 서비스를 ‘죽임’으로써 기존 이용자들의 선택의 폭을 제한하는 것이다.
전체 국민 3명 중 2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에서, 급증하는 통신 데이터의 트래픽 처리를 위해 더욱 빠른 통신 서비스가 필요함은 당연하다.
세계적인 IT강국인 대한민국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세계 제일의 통신서비스를 개발, 구축해오고 있고, 이로인해 이전보다 편리해진 면이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고객반응 고려하지 않는 통신사의 일방적 정책도 문제
하지만, 고객들의 반응, 요구를 고려하지 않는 통신사들의 일방적인 정책은 분명 문제가 있다.
곽동수 숭실사이버대학 교수는 이와 관련해, “ 통신 서비스의 발전은 기존 서비스의 한계 극복을 위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통신 기술을 그들의 배를 불리기 위한 상품으로 삼는 통신사들의 행태는 지적 받아야한다.” 라고 말했다.
선진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기술을 소비자들과 올바르게 공유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단지 ‘빠른’ 통신 서비스 보다는 ‘바른’ 통신 서비스를 향한 통신사들의 경쟁이 이루어질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