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장관, 침묵깨고 하는 말이…

문재인 "비겁한 일"

윤병세 외교부장관.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에 대해 11일 처음으로 입을 열었지만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모호한 답변만 내놨다.

함께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했던 문재인 의원은 "윤 장관이 당시 상황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며 진실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윤 장관은 이날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NLL 영토 포기를 시도했는지 묻는 질문에 "정상회담 대화록은 다녀온 분들 중 일부만 관여하고 본 것 같고, 수석을 포함해 대부분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윤 장관은 당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수석으로 정상회담 과정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었던 만큼, 대화록을 보지 않아도 관련 논의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준비부터 결과까지 알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그럼에도 '대화록을 보지 않았다'며 답을 피하는 것은 관련 논란을 '대화록 공개' 문제로 한정시키면서 자신은 관련이 없다며 발을 빼는 것이다.


그는 또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논의했는지 묻는 질문에 "국가관과 안보관이 모호하다면, 이번 정부에서 일하지 않았을 것으로, 그런 각도에서 보면 (2007년 정상회담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이 'NLL 포기'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이 영토포기 시도가 아니라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은 처음부터 서해평화협력지대에 반대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답변이다.

윤 장관은 NLL 논란이 외교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정상회담록 공개로 이어지고 국정조사 등 여야 파행으로 치닫는 동안 침묵을 지키다 처음으로 입을 열었지만, 결국 의미 있는 대답은 하지 않은 셈이고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는 자세만 취했다.

정상회담 준비에 참여했던 전직 정부 관리는 "현 정권에서 장관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는 눈치를 보느라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지 않겠냐"며 "그런 면에서는 김장수 안보실장과 김관진 국방장관 역시 마찬가지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윤 장관은 저와 함께 회담 전후의 모든 회의에 빠짐 없이 참석했고, 회담 준비 실무작업을 총괄했으므로 NLL의 진실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비겁한 일"이라고 말했다.

당시 남북정상회담 준비팀은 NLL이 남북 간 실질적 해상경계선이므로 손댈 수 없다는 기본 방침을 전제로, NLL 상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자는 입장을 정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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