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담배연기 '스멀스멀'…어딘지 몰라 "그냥 참고 살아"
직장인 김모(30) 씨는 지난해말 경기도 안양의 한 아파트에 전세 신혼집을 마련했다.
하지만 김 씨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 화장실 환기구를 통해 집 안에 퍼지는 담배 연기 때문이다.
환기하려고 현관문을 열면 이미 복도에 가득 메운 담배 연기가 집 안으로 들어온다. 아래층 주민이 테라스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탓에 날씨가 더워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서도 담배연기가 습격한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김 씨는 물론, 대부분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김 씨의 아내 전모(28) 씨에게도 불쾌함을 넘어 그야말로 숨통을 조여오는 수준이다.
문제는 층간 소음과 달리 층간 악취는 그 근원지가 불명확하다는 것.
김 씨는 "냄새가 도대체 어디서 나는지 몰라 항의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며 "옆집일 수도, 아랫집일 수도 있는데 괜히 애먼 곳에 항의할까봐 참고 있다"고 토로했다.
◈ 음식물 쓰레기 방치하는 이웃에 악취 '골머리'
서울 방배동에 사는 주부 황모(38) 씨도 층간 악취에 넌덜머리가 날 지경이다. 아파트 10층에 사는 황 씨는 몇 달 전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풍겨오는 악취에 두통까지 생겼을 정도다.
3살, 5살 아이들도 냄새 때문에 구역질하다 구토까지 하곤 했다. “어떻게 10층까지 악취가 올라오느냐, 아파트 청결 관리를 똑바로 해달라”며 관리사무소장에게 따지는 일도 잦아졌다.
황 씨가 악취의 '근원'을 알게 된 건 불과 보름 전쯤. '우리 집안 어딘가에서 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대청소를 하던 중이었다.
테라스까지 락스를 뿌려 청소하던 도중 아래층 테라스에 널려 있던 음식물 쓰레기를 목격하고 말았다. 아래층 사는 할머니가 먹다 남은 생선과 반찬, 수박 껍데기와 사과 껍질 등 오래 담아두면 물이 생기는 음식물 쓰레기들을 말리고 있던 것.
당장 내려가서 최대한 정중하게 부탁하자, 테라스의 음식물 쓰레기들은 사라졌다. 하지만 거실로 옮겨 말리는지 악취는 계속됐다.
황 씨는 "음식물 처리기를 사드릴까 고민도 했지만 남의 쓰레기 처리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할 수도 없지 않느냐"며 "항의하고 싶지만 나이도 지긋한 어르신이라 그러지도 못하겠다"며 끙끙댔다.
◈ 악취 측정 기준도 없어…대응이래봤자 '관리사무소 항의'
이웃간 얼굴을 붉히게 하는 생활 악취에는 각종 쓰레기 냄새나 담배연기는 물론, 욕실이나 테라스 청소때 올라오는 락스냄새, 코를 아찔하게 만드는 화장실 하수구 냄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악취를 유발하는 이웃을 스스로 찾아내 항의하거나 관리사무소에 얘기를 하는 것 외에 현재로서는 마땅한 규제 방법이 없다.
층간소음의 경우 데시벨(dB) 등 측정가능한 수치가 있어 규제가 가능하지만, 일반 가정집에서는 냄새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특별시 환경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아래층에서 나는 냄새는 측정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고 인쇄소 같은 악취 배출 시설에 해당되지 않으면 규제도 어려울뿐더러 강제성도 없다”고 했다.
“사업장이 아닌 가정집에서 나는 음식냄새까지 공무원들이 나서 규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만약 악취로 인해 이웃간 갈등이 생긴다면 관리사무소에 가서 얘기하는 게 지금으로선 가장 최선”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