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19부(부장판사 윤성근)는 10일 강제징용 피해자 여운택씨(90) 등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신일본 제철은 징용자인 원고에게 각 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따라 지난 2005년 우리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은 소송을 낸지 8년 만에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상 책임을 인정받게 됐다.
그러나 일본 법원은 이미 손해배상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한 바 있어 우리 법원이 배상액수를 정했지만 실제 배상이 이뤄지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뒤따를 전망이다.
우선, 손해배상액이 정해짐에 따라 관련 소송이 이어질 공산이 크고, 사건 성격상 피고인 미쓰비시사와 신일본제철이 다시 대법원에 상고함으로써 다툼을 이어갈 확률이 높다
또 앞으로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나더라도 집행의 문제가 남는다.
대법원 관계자는 "우리 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나면 민사소송법에 의해 원고들이 그 판결을 승인해달라는 요청을 일본법원에 해야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경우 일본 법원이 강제집행을 위해 판결을 승인해줄 가능성이 높지 않고, 이렇게 되면 한일 양국의 사법부 간 문제를 넘어 외교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피해자 여씨 등 4명은 1944년 신일본제철 전신인 일본제철에 강제 징용돼 노역에 시달리다 고국으로 돌아온뒤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등에 잇따라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2007년 일본최고법원으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일본 소송에서 고배를 마신 여씨등은 2005년 국내 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도 패소를 거듭하다 대법원이 지난해 5월 원심의 결정을 뒤짚고 사건을 다시 서울 고법으로 돌려보내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다.
당시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일본 법원의 판결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인식을 전제한 것"이라며 "이는 일제 강점기의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는 국내 헌법과 정면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또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하다 원자폭탄 투하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린 이근목씨 등 5명이 (주)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도 원고 패소판결한 원심을 깨고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낸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