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치밀한 힘겨루기…'조종 미숙 vs 기체 결함' 공방전

'美NTSB vs 韓국토교통부' 대리전 양상…책임소재에 따라 '아시아나 vs 보잉' 타격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던 데이비드 은 삼성전자 오픈이노베이션센터 수석 부사장(@eunner)이 여객기에서 빠져나오면서 촬영해 트위터에 올린 사진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원인 조사가 본격화되면서 책임소재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기체결함이냐 조종사 미숙이냐를 놓고 미국 조사단과 아시아나 조종사는 물론 한·미 양국 조사단 사이에도 시각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 '조종사 미숙'에 초점

먼저, 데버라 허스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위원장은 8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비행기록장치(FDR, 일명 블랙박스) 기록에 따르면 충돌 3초 전 사고 여객기 속도는 103노트(시속 190km 상당)로 이는 비행중 최저속도"라고 밝혔다.

허스먼 의장은 이어 “충돌 16초 전, 200피트(60미터) 상공에서 118노트(시속 218km)로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자 조종사들이 충돌 8초 전인 125피트(38미터) 상공에서 엔진출력레버를 올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조종사들이 어떤 조치를 했고, 왜 그런 조치를 했는지를 들여다볼 것"이라며 "특히 수동비행을 했는지, 자동비행 스위치는 켜져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미국 NTSB가 아시아나 사고 여객기 조종사들의 과실이 있었는지 초점을 맞춰 조사를 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미국 언론들도 조종사 미숙이 이번 사고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보도하고 나섰다.

◈ 아시아나 항공 및 조종사 "기체결함이 원인"

아시아나 사고 여객기 조종사들은 7일(현지 시각) 진행된 한국조사담과의 단독면담에서
"고도가 낮아 출력 레버를 당겼지만, 생각만큼 출력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엔진과 기계장치의 결함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사고여객기인 B777 기종의 경우 속도가 떨어지면 자동으로 속도를 올리는 오토스로틀 장치가 장착돼 있었다.

그러나 사고직전까지 비행기 속도가 정상 속도의 75% 수준에 불과해, 오토스로틀 장치가 정상 작동했는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아시아나 윤영두 사장도 9일(한국시각) 가진 공식브리핑 자리에서 “착륙시 교관기장으로 있던 이정민 조종사와 관숙 비행을 했던 이강국 조종사는 각각 33회, 29회의 샌프란시스코 비행 경험이 있는 충분한 기량을 갖춘 사람들"이라며 조종 미숙을 강력 부인했다.

윤 사장은 이어 "사고 조사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교통안전위원회(NTSB) 등이 전권을 갖고 있다"며 "속단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 한국 국토교통부 "미국 NTSB 발표는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6명의 조사단을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지에 파견한 국토교통부의 입장은 사실 어정쩡하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상 사고조사 권한이 사고 발생국인 미국에 있다고 하지만
NTSB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블랙박스 조사 자료의 경우 NTSB가 한국조사단에 통보해주고 있지만, 어떤 내용을 발표할 지에 대해선 사전 협의조정 없이 전적으로 NTSB가 결정해 이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그러나, 미국측 발표에 대해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은 분명하다.

국토부는 9일 오전에 진행된 7차 브리핑에서 미국 NTSB가 발표한 사고 직전의 블랙박스 자료에 대해 “앞으로 철저한 조사를 통해 가려질 사안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혀 좀더 신중한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기체결함 논란이 되고 있는 오토스로틀과 엔진의 정상 작동 여부에 대해서도 “블랙박스 조사 과정에서 반드시 밝혀져야 할 중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 기체결함 vs 조종미숙…사고원인에 따라 책임소재 달라져

이처럼 사고원인을 둘러싸고 국토교통부와 미국 NTSB, 아시아나 항공이 미묘한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고원인 결과에 따라 책임소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체결함으로 판정될 경우 우선 당장 B777 여객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사가 피해자 보상과 항공사 영업손실 보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특히, 보잉사 입장에서는 기체결함에 따른 여객기 판매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조종사 미숙으로 판정되면 아시아나 항공사가 피해자 보상과 영업손실을 자체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된다.

더구나 아시아나 항공은 그동안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단거리 노선을 주로 운항했으나 최근 유럽과 미국 등 장거리 노선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종사 과실로 드러난다면 회사의 가치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한국조사단과 미국 NTSB의 입장도 분명히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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