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지사는 9일 국정조사 특위에 제출한 사유서에서 "지방자치단체 고유사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가 위헌이다"며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상태에서 위헌여부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적인 판단에 앞서 국회가 경상남도에 기관보고를 강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최종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국회법에 따라 여야합의로 국회본회의를 통해 진행되는 국정조사는 합법이며, 증인으로 불출석하는 것이 명백한 불법이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국회 공공의료 국정조사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희국 의원도 CBS와의 통화에서 "'국정조사에 위헌 소지가 있다'면서 불출석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라고 질타했다.
◈ 권한쟁의 심판 청구 때 예견됐던 일…"꼼수로 드러나"
그럼에도 홍 지사가 이같은 '궤변'을 늘어놓으며 증인출석을 거부함으로써, 결국 권한쟁의심판 청구의 목적이 국정조사를 무력화시키고 회피하기 위함이었음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0일 홍 지사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을 때, 홍 지사가 권한쟁의심판를 국정조사 증인불출석의 핑곗거리로 삼을 것이라는 우려가 터져 나왔었다.
당시 국정조사 특위 야당위원들은 성명을 내고 "권한쟁의 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심판청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국정조사 자료제출을 거부하거나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을 정당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국보건의료노조도 성명을 내고 "권한쟁의심판으로 국정조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를 부리지 말라"고 주장했다.
결국 홍 지사가 국회를 상대로한 사상초유의 권한쟁의심판을, 국정조사 거부의 명분으로 삼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국정조사 목적달성? 도의회 출석?"…도의회 2차례 불출석 전력
홍 지사는 이외에도 불출석의 사유로 "보건복지부 기관보고와 진주의료원 현장검증을 통해 조사의 목적을 이미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조사의 목적 달성여부는 홍 지사가 아니라 국정조사 특위가 판단할 몫이다.
그리고 진주의료원에 대한 현장검증 때, 경상남도가 폐업을 이미 결정해 놓고 노조와 정상화를 논의하겠다며 국민과 국회, 정부를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상남도는 이날 "결과적으로 속이게 됐다"고 시인해 놓고, 다음날엔 도청 출입기자들에게 "속이지 않았다"고 번복했다. 해명이 필요한 핵심사안이다.
그리고 홍 지사가 폐업의 이유로 든 '강성 귀족노조'에 대한 추가검증도 필요하다.
홍 지사는 또한 불출석의 사유로 9일 열리는 경남도의회 정례회에 출석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 지사는 최근에도 4월 10일과 3월 14일 도의회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은 전력이 있다.
국정조사 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희국 의원은 "도의회 출석을 이유로 국정조사에 불출석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마지막까지 고민?"…지난 12일에 이미 '불출석' 서명받아
홍 지사는 9일 정장수 공보특보를 통한 브리핑에서 "증인출석을 놓고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8일에도 "고민중이며, 9일 오전 9시 30분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지사는 증인으로 채택된 공무원들로부터 지난 5일과 8일, 이미 불출석 사유서에 서명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정장수 특보는 "서명은 미리 받아놓고, 제출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