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보고서' 주민들 '수용 불가', 한전 '수용'


밀양 송전탑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전문가 협의체가 활동을 종료하고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지만, 오히려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밀양 송전탑 전문가 협의체는 4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고 8일 국회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우회송전은 기술적으로 어렵고, 지중화는 우회송전이 가능하여야만 시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우회송전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모두 5인의 위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으며, 위원장도 이 의견에 동의한다"고 적시됐다.

또, "지중화와 관련된 의견은 구체적으로 검토되지 않았고 보고서 초안 제출에 그쳐,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지중화 공사는 우회송전이 가능해야만 시행할 수 있어 우회송전이 어렵다고 보고 있는 상황에서 지중화 문제를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이 요구한 대안에 대해 불가하다는 입장으로, 사실상 한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전문가 협의체의 백수현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 기술성 검토 보고서를 제출하며 "한전·반대 대책위 양측의 의견을 수렴하려 최대한 노력했다"고 밝혔다.

◈ 밀양 주민들 "베끼기, 날치기 보고서 수용 못한다"

이에 대해, 주민과 한전 측의 입장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밀양 주민들은 한전 자료를 베끼고, 날치기로 처리한 보고서는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대대책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문가협의체 백수현 위원장은 5일 6차 회의에서 표절, 대필 문제로 인해 아무런 합의를 이루지 못했음에도 8일 전문가협의체 명의의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말았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지난 8년간의 눈물겨운 투쟁이 있었고 밀양 송전탑 경과지 수천명의 생존권이 걸려 있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독자적인 기술 검토가 전혀 없이 대필.표절된 보고서, 아무런 절차적 합의없이 날치기로 작성된 보고서를 결코 수용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보고서는 국회의 위임 취지를 정면으로 배반하고 국회와 국민, 밀양 주민들을 모독한 것으로, 한전 측 위원들과 백수현 위원장의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회가 전문가협의체의 보고서를 심의하거나 채택하는 일련의 의사결정 과정을 중단할 것"과 "밀양 송전탑 문제의 핵심쟁점 전반을 두루 공론화하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대대책위는 9일 서울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힌 뒤, 국회 산업위의 보고서 심의가 있을 11일에는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 한전 "보고서 수용해야", 한전측 위원들 "표절 없었다"

반면, 한전 측은 어떠한 내용이더라도 협의체 보고서와 국회 권고안을 수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한전측 추천위원들도 표절, 베껴쓰기, 대필 논란에 대해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전 측 위원들은 "보고서는 그 특성상 표절이나 베끼기 논란이 야기될 수 있는 창작성이 요구되는 문학, 예술 또는 연구논문 분야와는 성격이 다를 뿐만 아니라, 쟁점을 가리자고 작성해 온 내용상 초안의 보고서에 대해 대필운운하는 것은 상식에 부합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전과 전력거래소는 전력계통 해석을 위한 원본 데이터베이스를 위원들에게 제공했고, 위원들은 데이터베이스의 전제나 검토 조건에 모순이 없다고 판단했으며, 이 경우 시뮬레이션시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제 공은 다시 국회로 돌아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9일 통상·에너지소위원회, 11일 전체 간담회를 각각 열어 보고서를 검토한 뒤 권고안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국회 산업위가 협의체가 내놓은 권고안을 받아들일지가 사태 해결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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