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과 NLL 포기발언 논란 등 국정원과 관련한 정치적 논란을 언급하며 "이번 기회에 국정원도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그 본연의 업무인 남북대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대북정보 기능 강화와 사이버테러 등에 대응하고 경제안보를 지키는데 전념하도록 국정원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개혁안을 스스로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 朴 대통령, 국정원 개혁 가이드라인 제시
이는 박 대통령이 ▲대북정보 기능 강화 ▲사이버테러 대응 ▲경제안보 수호 등 국정원 업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국정원이 스스로 개혁안을 내놓으라고 주문한 것.
우선, 업무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박 대통령이 그동안 수많은 정치적 논란을 불러왔던 국내파트를 없앨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번 국정원 댓글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오랫동안 국정원 개혁 요구가 끊이지 않은 이유도 바로 국정원이 국내파트를 통해 국내정치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어 박 대통령이 국정원 스스로 개혁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부분은 외부에서 칼을 대기 전에 자체적으로 자구노력의 기회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박 대통령이 권력기관의 개혁을 주문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검찰 개혁과 관련한 요구가 높아질 때도 "법질서를 바로 세우려면 먼저 공권력 스스로가 국민 신뢰를 받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자구노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국정원 개혁의지를 드러낸 것은 국정원과 관련한 정치적 논란이 계속될 경우 정국 혼란이 이어지며 국정운영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관측된다.
동시에 국정원 댓글 사건과 NLL 포기발언 논란 등 정치적 논란과는 거리를 두면서 선제적으로 근본문제인 국정원 개혁을 주문함으로써 정국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국정원 "아직 입장 밝힐 단계 아니다"
이같은 박 대통령의 개혁 주문에 대해 국정원 측은 "대통령이 국정원 개혁을 언급한 만큼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아직 어떠한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국내 정치에 개입한 적이 없다"는 원론적인 주장을 되풀이해왔던 국정원이 어떻게 스스로 자신들의 주장을 뒤집으면서 개혁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기다 국정원의 조직과 활동, 그리고 직제 등이 모두 비밀에 부쳐져 있는 상황에서 국정원 개혁이 실제로 잘 이뤄졌는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 지도 과제로 남아있다.
◈ 여야 국정원 개혁은 공감하지만 온도차 여전
이와 관련해 국정원 관련 논란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여야 정치권은 대체적으로 국정원 개혁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국정원뿐만 아니라 어떤 기관이라도 성역없이 필요하다면 개혁에 들어가야 한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김 의장은 다만 구체적인 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소속 의원 개인들이 여러 개혁 방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이보다는 당의 공식적인 입장이 중요하다"며 "새누리당도 국정원 개혁문제에 대해서 어떤 방안이 있는 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개혁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은 김관영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오랜 침묵을 깨고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대선 후보시절에 국민들 앞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에 관해 자신이 한 발언에 대한 현재의 입장도 밝혔어야 마땅하다"고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동시에 "국정원의 역할은 철저하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다시 설계돼야 한다"며 강도높은 국정원 개혁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