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은 국채 등의 유가증권과 예치금, IMF(국제통화기금), SDR(IMF 특별인출권)포지션, 금 등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지난 3년간 외환보유액으로 금을 대량 매입하면서 우리나라는 금 보유량에서 세계 34위로 뛰어 올라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8일 세계금위원회(WGC)가 세계 100개국을 상대로 조사해 발표한 각국의 금 보유량에서 한국은행은 104.4t의 금을 보유해 34위를 차지했다.
2년 전인 2011년 7월 56위에서 지난해 7월 43위로 상승했고, 1년만에 다시 34위로 9단계 뛰어올랐다.
김중수 한은총재가 취임한 이후 금 매입에 적극 나선 결과다. 2011년 13년 만에 처음으로 40t을 사들인데 이어 지난해 30t, 올해는 20t을 매입했다.
지난달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3천264억4천만달러 가운데 금의 비중은 1.5%를 차지했다.
문제는 한은이 금을 대량 매입한 금값이 폭락하고 있는 것.
지난 2011년 7월 온스 당 1400달러 후반이었던 금값은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그해 9월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면서 1920달러까지 치솟은 이후 지난달까지 1600~1700달러의 높은 가격을 유지해왔다.
미국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정책에 따른 달러화 가치 하락에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안전자산을 선호한 결과다.
그러나 지난 4월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등에 대한 우려로 금값이 폭락한 이후 올 2분기에만 23% 하락해 지금은 온스당 1200달러 초반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금값이 초강세일 때 금을 집중 매입함으로써 그만큼 외환보유액에서 평가 손실을 본 셈이다.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으나 어림잡아도 최소 20~30%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2010년 취임 이후 금을 집중 매입한 김중수 한은 총재의 책임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한은은 금 매입이 외환보유액의 통화 상품 다변화를 위해 장기적인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인 만큼 단기 손익 평가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은이 우리 정부의 대외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이상 그 수익을 극대화할 책임이 있다며 금값이 초강세를 보인 시기에 집중 매입한 것은 한은이 가격 예측을 잘못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특히 금값은 실물경제와 밀접한 관련성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한은이 세계경제의 흐름을 제대로 내다보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