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여름으로 접어들자마자 땡볕이다. 이글이글 불타는 한낮 땡볕에 지칠 때면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곳이 시원한 바닷가. 하지만 매일 많은 업무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에겐 예전의 호시절처럼 좋은 곳을 골라 휴가를 간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저비용에 만족도를 높일 만한 휴가가 그립다면 게임세상에서 간접 바캉스를 즐기는 것은 어떨까. 모니터 너머 이곳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형형색색 수영복 물결이 넘실거린다.
전국의 해수욕장과 워터파크 등에선 벌써부터 피서 인파로 북적거리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은 일찌감치 여름 마케팅을 진행하며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유혹하고 있다.
이처럼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수영복 아이템을 선보이는 것은 장마가 지나가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자 게임 속에서나마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종의 이용자 배려 차원이란 설명이다.
표면적인 이유 외에 실속도 있다. NHN 한게임이 서비스하고 있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테라'의 경우, 지난해 최초의 꾸미기 아이템으로 수영복을 선보인 결과 한 달간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최대 30%나 증가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 회사 측은 기대 이상의 성과로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무료화 서비스 이후 수익 모델에 대해서도 확신을 가졌다.
이에 힘입어 개발사인 블루홀스튜디오는 매년 여름시즌마다 수영복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출시하는 수영복은 나만의 것을 만든다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기획됐다. 예컨대 수영복에 자신이 선호하는 색상을 입힐 수 있도록 '프리미엄 아이템 염색 기능'을 추가했고 지난해에 비해 착용할 수 있는 '액세서리 아이템' 수도 늘렸다.
이와 관련해 블루홀스튜디오 관계자는 "수영복 아이템을 선보이자 테라의 이미지가 보다 부드럽게 느껴진다는 이용자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화려하고 멋스러운 의상 외에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의상에 이용자들이 매우 즐거워했다. 이를 바탕으로 스타일 아이템에 대한 고민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얼마 전 무료화 서비스와 더불어 대규모 콘텐츠 업데이트를 진행한 엑스엘게임즈의 MMORPG '아키에이지'도 여름 휴가철에 맞춰 게임의 무대를 해변으로 옮겼다. 핵심은 수영복 아이템의 등장이다. 이 회사는 대규모 업데이트 '여름, 다후타의 유혹'의 일환으로 수영복을 포함한 여러 가지 여름 의상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한 아키에이지의 수영복은 총 여섯 종류다. 무난한 디자인부터 세련된 유형까지 갖췄다. 여기에 여름 해변을 연상케 하는 '긴 모래톱' 지역에서 스크린샷 모드를 활용해 다양한 연출도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엑스엘게임즈 관계자는 "서비스 시작 후 처음 맞는 여름을 아키에이지의 아름다운 배경과 함께 녹여내고자 추진했다"고 했다.
MMORPG '사이퍼즈' 개발사 네오플도 이 같은 수영복 축제에 동참했다. 이 회사는 최근 열린 사이퍼즈 2주년 기념 이용자 간담회에서 여름맞이 수영복 아이템을 공개했다. 이날 행사장에선 모델들이 게임 속 수영복 아이템을 실제로 입고 패션쇼를 펼쳤다. 이들 아이템은 오는 11일 선보일 예정이다.
네오플이 이번에 수영복 아이템을 새롭게 선보인 것은 꾸미기를 좋아하는 이용자들의 관심을 반영한 결과다. 앞서 지난 겨울시즌에 출시한 '오리털 점퍼(구스다운)' 의상과 결혼시즌에 선보인 '웨딩' 의상 등 각 시즌에 어울리는 스페셜 게임 의상은 이용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여름 휴가철이 되면 온라인게임에서 수영복 패션이 각광을 받는 것은 이런 게임 방식에서 보여지는 사회성 때문이다. 나홀로 정해진 게임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만큼 이용자들도 현실 세계의 재미를 게임 속에서 누리길 원한다는 것이다. 여기엔 이용자들의 자기 표현욕구도 한 몫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중견 게임업체 이사는 "수영복 등 게임 속 의상을 통한 이용자들의 자기 표현욕구는 사회성과 상호작용을 강조한 온라인게임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