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렉시가 지난 5일 Mnet '쇼미더머니2' 방송 직후 자신의 SNS 계정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자신이 출연한 장면이 왜곡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렉시는 이날 방송에서 후배인 지조와 대결을 벌여 패했다. 1차 탈락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던 렉시는 선배 가수인 이현도에게 지적을 받기도 했다.
렉시는 "패배도 인정 안하는(못해서 그런걸), 프로 정신도 없는, 선배도 모르는 렉시가 돼 버렸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 "꿈을 이용해 장사를 한다면 그건 진짜 아니다. 아직도 꿈꾸는 저라서 욱 하는 밤이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케이블채널 방송 중 악마의 편집 논란을 비롯한 조작 및 왜곡이 문제가 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디션,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 비연예인 참여대상 프로그램에서 이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특히 공룡케이블 채널인 CJ E&M에서 '악마의 편집'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제작진은 매 번 "왜곡은 없었다"고 해명하지만 이러한 해명 역시 신뢰를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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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편집'은 앞뒤 맥락을 자르고,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장면으로 내용의 본질을 왜곡하는 편집 방식을 일컫는다. 제작진은 "연출은 없었다"고 하지만, 편집으로 인해 파렴치한 캐릭터로 몰린 피해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악마의 편집으로 제작진과 출연자간의 갈등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는 2011년 Mnet '슈퍼스타K' 시즌3에서 예리밴드가 이탈한 사건이다.
당시 예리밴드는 '슈스케3' 본선 무대 진출을 확정된 상태였다. 그렇지만 리더 한승오 씨는 "저는 40세 늙은 나이에 다른 경연자들을 윽박지르고, 그 누구와도 협력하지 않고, 자신의 욕심만 차리는 인간 말종이 돼 있었다"고 무리한 편집에 문제를 제기하며 자진 하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최근엔 아예 제작진이 나서 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도 빚어졌다.
지난 달 방송된 tvN '화성인 X파일'의 '시스터보이'는 남동생을 극진히 돌보는 두 누나를 소개했다.
이 자매는 남동생에게 직접 밥을 먹여주는 것은 물론 화장실 갈 때 업어서 이동시켜 주고, 건강상태를 확인한다며 배변 색깔을 들여다 봐 시청자들은 경악케 했다. 뿐만 아니라 남동생에게 1분에 한 번씩 입맞춤을 하고, 잘 때도 껴안고 함께 잤다. 동생의 상의를 들추며 배에 바람을 불고, 엉덩이를 만지는 별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방송직후 '시스터보이' 주인공들의 기괴한 행동에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출연진 중 한 명이 "내가 안 찍는다니까 전화오고 사정사정 부탁해서 결국 어쩌다 찍게 됐다"며 "남동생도 울면서 찍기 싫다고 했는데, 사정사정해서 찍게 만들었다"고 방송이 조작이었음을 주장했다.
그렇지만 제작진은 "일반인 출연자가 평범하게 살다 방송 출연으로 갑자기 욕을 먹고, 관심의 대상이 되다 보니 당황해서 그런 것 같다"며 조작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화성인 X파일'이 조작논란에 휩싸인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는 2년 동안 120여 명의 남자를 만나 1억 원의 선물을 받았다는 '선물집착녀'가 등장해 파장이 일었다. 비판이 거세지자 '선물집착녀'는 "제작진 때문에 과장됐다. 소개팅남은 작가들이 데려온 사람들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때에도 제작진은 "일반인 출연자는 방송 이후 여파에 많이 당황한다. 조작이나 과장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화성인 X파일'과 형제격인 tvN '화성인 바이러스'도 조작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강남 스타일만 추구하는 '강남빠녀'는 방송 직후 제작진의 과도한 요구로 곤혹스러웠다는 글을 게재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밖에도 클럽이나 등산을 갈 때에도 교복을 입는다는 '교복중독자'는 레이싱모델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조작 논란에 시달렸고, 여자친구에게 존댓말까지 강요하는 '족쇄남'도 2009년 SBS '연애시대'에 출연해 당시 여자친구와 반말로 대화를 주고받은 것이 알려져 거짓 방송이라는 지탄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지만 악마의 편집을 비롯해 왜곡이나 방송 조작에 대한 규제는 전무한 상황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측은 "심의 기준 중에 객관성에 해당하는 항목이 있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프로그램의 조작 등을 규제하는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