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객 "15개월 아기안고 추락, 아기띠가 살렸다"

- 아기띠 없이 안았다면 아기 잃을뻔
- 착륙때 기수가 들려있어 이상한 느낌
- 1차 충돌 직전 엔진가속음 들어
- 천장서 온갖 물품 떨어져 아수라장
- 추락 순간 "죽는구나" 생각들 정도
- 착륙때 기수가 들려있어 이상한 느낌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사고기 탑승자 이OO씨

어제 새벽 발생한 아시아나 여객기 사고. 휴일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들려온 속보 때문에 참 많이들 놀라셨을 텐데요. 지금 원인을 놓고 여러 가지 설들이 분분합니다. '단순히 조종사 실수 아니냐', '아니다. 조종사는 이미 비상상황을 알고 있었다‘ ’보잉 777 기종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것 아니냐' 등등의 설들... 하나하나 진실에 접근해 보겠습니다. 먼저 탑승객의 증언을 들어보죠. 익명으로 진행합니다.

◇ 김현정> 나와계십니까? 지금 몸 상태는 어떠세요?

◆ 이OO> 지금 약간의 근육통 정도만 있는 정도입니다.

◇ 김현정> 몇 분이 같이 동행하셨어요?

◆ 이OO> 저를 포함해서 다섯 명. 저희 가족이 왔습니다. 저랑 처, 아기하고 또 장인 어른하고, 장모님 하고 그렇게 다섯명이 여행을 왔습니다.

◇ 김현정> 아기는 몇 살인가요?

◆ 이OO> 15개월입니다. 그래서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보여드리려고 여행을 한 거죠.

◇ 김현정>그렇군요. 15개월짜리 아기면 좌석을 따로 끊으셨어요?

◆ 이OO> 끊을 수도 있지만 저희는 끊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끊어도 되고 안 끊어도 되는 나이니까... 그럼 안고 오셨네요?

◆ 이OO> 네.

◇ 김현정> 얼마나 더 놀라셨을까 싶은데 지금 가족들 상태는 어떤가요?

◆ 이OO> 가족들도 전반적으로는 괜찮고요. 다들 근육통 있는 정도고요. 크게 많이 다치거나 이러지는 않았습니다.

◇ 김현정> 사고기에 탑승하고 있던 분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계실 텐데요. 기체 어디쯤 앉아계셨습니까?

◆ 이OO> 저는 정 가운데, 이코노미 클래스 제일 앞좌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 김현정> 샌프란시스코에 거의 도착을 할 때 ‘이제 착륙하겠다. 안전벨트 착용해라. 의자 세워라.’ 이런 안내 방송은 평상시처럼 나왔습니까?

◆ 이OO> 네. 항상 나오던 대로 정상적으로 다 나왔습니다.

◇ 김현정> 그럼 비상상황이라든지 뭔가 문제가 있다든지, 아니면 단단히 뭘 하라든지 이런 암시는 전혀 없었나요?

◆ 이OO> 그런 부분은 전혀 없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기체에 이상이 있었다. 기장이 그걸 미리 알고 있었다’ 라는 설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승객들은 보시는 건가요?

◆ 이OO> 그렇게 봅니다. 만약에 문제가 있었는데 안 알려줬다면... 그건 큰 문제가 됐겠죠.

◇ 김현정> 승객들이 보기에는 전혀 이상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말씀. 착륙을 시도하기 전까지 비행기가 흔들린다든지 그런 것도 없었고요?

◆ 이OO> 네. 그런 것도 없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샌프란시스코 상공까지 와서 착륙을 시도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한 겁니까?

◆ 이OO> 착륙하기 직전, 활주로에 딱 닿기 직전에 제가 ‘왔구나’ 하면서 밖에 창문을 봤는데요. 창문 밖으로 물이, bay가 보이는데 비행기가 약간은 기울어진 상태로 착륙을 하니까... 보통 보이는 각도에 비해서 이번에 착륙할 때는 ‘각도가 심하게 기울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굉장히 앞이 들려서 내려간다’ 라는 느낌을 받았죠.

◇ 김현정> 그 이야기는 착륙 할 때, 비행기의 앞머리가, 그 각도가 좀 들려져 있다는 말씀인가요?

◆ 이OO> 네. 이번에는 그 각도가 다른 때에 비해서 높았다는 그런 느낌이 든 거죠. 그러다가 땅에 닿기 직전에, 첫 번째 충돌이 있기 직전에 엔진을 굉장히 세게 돌리는 소리가 나더라고요.

◇ 김현정> 엔진을 세게 돌린다는 이야기는 엔진을 가속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말씀이세요?

◆ 이OO> 그렇죠. 그래서 비행기를 다시.. 저는 ‘착륙이 잘 안 돼서 다시 올라가려고 하는가보다’ 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 순간 충돌이 일어난 건가요?

◆ 이OO> 네. 그런데 다시 올라가지는 못하고, 그러면서 1차 충격이 있었죠.

◇ 김현정> 그때가 바로 방파제에 꼬리가 충돌하는 바로 그 순간이군요?

◆ 이OO> 네. 아마 그런 것 같았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활주로에 착륙을 할 때, 기수가 좀 들려 있는 상태에서 가다 보니까 이건 불안하다 싶어서 다시 뜨려고 하는 순간 꼬리가 땅에 부딪힌 게 아닌가, 지금 이런 추론을 하시는 겁니까?

◆ 이OO> 네.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료사진)
◇ 김현정> 꼬리가 부딪친 그 순간, 기내에선 어떤 상황이 발생했나요?

◆ 이OO> 다들 굉장히 충격이 심했으니까 놀라고 있는데. 그러고 있다가 얼마 안 돼서, 몇 초 안 돼서 다시 2차 충돌이 있었죠.

◇ 김현정> 2차 충돌이라 함은 땅과 부딪힌 것?

◆ 이OO> 네. 앞부분이 바닥에 내려오면서 그렇게 2차 충돌이었던 걸로 그렇게 생각이 들더라고요.

◇ 김현정> 첫 번째 쿵, 두 번째 쿵. 두 번째 충격이 더 컸습니까?

◆ 이OO> 두 번째 충격이 굉장히 컸습니다. 그래서 그때 선반에 있는 짐도 떨어지고, 좌우로 굉장히 많이 흔들리고. 2차 충돌과 거의 동시에 비행기가 왼쪽으로 많이 쏠리면서 계속 가는 느낌이었거든요.

◇ 김현정> 그 순간 위에 있던 물건들 다 떨어지고요?

◆ 이OO> 네. 아마 그게 비행기에 관련된 어떤 장치들이 떨어진 경우도 있었고. 저희 장인, 장모님이 계신 비즈니스 석에는 무슨 컴퓨터 같은 게 떨어졌다는 얘기도 들었거든요. 아수라장이었죠. 다들 소리 지르고 놀란...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 김현정> 특히 이 선생님께서는 15개월짜리 아이를 안고 계셨다고 하셨는데...

◆ 이OO> 네. 저는 좀 빨리 내리려고 미리 아기띠를 하고 있었어요. 제 몸에 아기띠를 한 채 제가 아이와 같이 안전벨트를 하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 김현정> 그나마 참 다행입니다. 아이를 손으로 들고 있었으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는데....

◆ 이OO> 네. 저랑 아내도... 그래서 ‘아기띠를 안 했으면 정말 아이를 잃을 수도 있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김현정> 보통 아기띠 하고 안전띠를 하는 게 쉽지 않은데.....

◆ 이OO> 네. 그나마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얼마나 놀라셨어요, 그 순간?

◆ 이OO> 아이고.. 거의 ‘죽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죠.

아시아나 여객기 추락 현장. (사진=CNN 영상 캡처)
◇ 김현정> 그렇게 충돌이 있고 나서 비행기는 얼마 만에 멈췄나요?

◆ 이OO> 한 30초, 그 정도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보다는 빨리 멈췄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30초 만에 멈춰서고 나서 차분하게 내리신 거예요?

◆ 이OO> 네. 다들 일단 앉아있었고. 그리고 제 오른쪽으로, 비행기의 오른쪽으로 창문을 통해서 오른쪽 엔진에 불이 붙은 걸 봤었거든요.

◇ 김현정> 엔진에는 이미 그때 불이 붙어있었군요?

◆ 이OO> 네. 아주 작았지만 화염이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창문 쪽으로.

◇ 김현정>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 이OO> 그래서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했는데, 저는 아기 때문에 먼저 일어나서 비상문 쪽으로 갔었습니다. 그랬더니 거기 승무원들이 진정을 하시라고, 그래서 다시 돌아가라고 해서 자리로 돌아왔었죠.

◇ 김현정> 승객들이 그런 아수라장 속에서도 질서 있게 안내방송에 따르고, 또 지시에 다 따랐군요?

◆ 이OO>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불이 엔진에서 동체로 옮겨 붙기 시작해서, 그 연기들이 비행기 안으로 들어왔거든요. 그러면서 산소마스크 떨어지고... 그때까지도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처랑 아기는 산소마스크 쓰고. 그 정도의 시간까지는 있었거든요. 그 후에 비상문이 열리고 차례로 탈출을 했습니다.

◇ 김현정> 예. 정말 무사하셔서 다행이고요. 병상에 있는 다른 부상자 분들도 빨리 쾌유하시기를 바랍니다. 어려운 가운데 인터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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