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교 감독(성남시청)이 이끄는 대표팀은 6일 밤(현지 시각)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서 열린 국제하키연맹(FIH) 월드리그 3라운드 4강전에서 독일에 1-3(0-1 1-2)으로 졌다.
세계 랭킹 8위인 대표팀은 앞선 4강전에서 아르헨티나에 덜미를 잡힌 종주국이자 세계 4위 영국과 7일 밤 3, 4위 전을 치른다. 여기서 이기면 내년 월드컵에 자력으로 진출할 수 있다.
세계 1위이자 지난해 런던올림픽 챔피언 독일을 거세게 몰아붙였지만 승부처에서 나온 아쉬운 판정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A조 조별리그에서 0-5 패배를 안았던 독일에 설욕을 노렸지만 끝내 결승행이 무산됐다.
대표팀은 전반 14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다. 페널티 코너 상황에서 상대 크리스토퍼 첼러의 강력한 슛이 골 그물을 갈랐다.
이후 공방전 속에 전반을 마친 대표팀은 후반 승부를 걸었다. 2분 만에 유효식의 패스를 받은 윤성훈이 슛으로 연결하며 독일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이후에도 김영진의 속공을 앞세워 독일 골문을 위협했다.
골키퍼 이명호의 선방도 눈부셨다. 후반 15분께 이명호는 독일의 슛을 잇따라 막아낸 데 이어 페널티 코너 위기도 넘겼다.
대표팀의 거센 반격은 결실을 맺었다. 후반 종료 10분 전 베테랑 이남용이 환상적인 동점골을 넣었다. 이남용은 센터 라인 부근에서 김성규가 올린 롱패스를 받아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골키퍼와 1 대 1로 맞섰다. 이남용은 침착하게 한 바퀴를 도는 속임 동작으로 독일 골키퍼를 넘어뜨린 뒤 절묘한 터닝슛으로 골 그물을 흔들었다.
이후 승부의 추는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 독일의 왼쪽 사이드를 잇따라 허물며 득점 기회를 만들었고, 종료 8분여 전 대표팀은 역전골 기회를 맞았다. 혼전 중에 상대 골문 앞에서 독일 수비수가 스틱을 놓치면서 유효식(이상 성남시청)에게 슛 찬스가 온 것.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심판 휘슬이 불렸다. 공이 독일 수비수의 몸에 맞았다고 판단한 심판이 페널티 코너를 판정한 것. 이에 독일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결국 정상적인 수비로 인정됐다. 대표팀으로서는 어드밴티지가 적용돼 공격을 이어갈 상황을 굳이 심판이 끊은 셈이 됐다. 관중석에서는 석연찮은 판정에 야유가 쏟아졌다.
흐름이 끊긴 대표팀은 종료 5분을 남기고 역전골을 내줬다. 페널티 코너 상황에서 골키퍼 이명호가 막아낸 슛이 하필이면 골문 앞에 있던 리누스 부트 앞에 떨어지면서 골로 연결됐다. 대표팀은 리누스의 몸에 공이 맞았다며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정상 플레이 판정이 나왔다.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종료 직전 대표팀은 1골을 더 허용했다.
경기 후 신석교 감독은 "작전 대로 후반 승부를 걸어 슛 아웃(승부치기)를 노렸는데 판정 하나로 수포로 돌아갔다"면서 "접전을 치러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영국과 3, 4위 전에서 월드컵 자력 진출 티켓을 노리겠다"고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마르쿠스 바이제 독일 감독은 "정말 힘든 경기였다. 우리는 베스트를 다하지 못했고, 정신력에서도 밀렸다"면서 "반면 한국은 경기력이 좋아졌고, 거셌다"고 접전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