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온도 30℃ 넘나드는 무더위 쉼터…"징역살이나 다를 바 없어"

냉방기 가동 멈춘 무더위 쉼터, 정부시책 '엇박자'

정부가 취약계층 노약자 보호를 위해 지자체에 사무를 위임해 운영하고 있는 무더위 쉼터가 범국가 차원의 에너지 절감대책으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6일 안전행정부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취약계층 노약자들의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전국적으로 3만9,789개 소의 무더위 쉼터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곳은 지자체 주민센터, 경로당, 복지회관, 마을회관, 은행 등이다.

냉방기가 가동되는 무더위 쉼터는 여름철 발생하기 쉬운 열사병 등 폭염으로 인한 취약계층 노약자들의 각종 질병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운영되는 셈이다.

하지만 마른장마 속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즘 대다수 무더위 쉼터에서는 전력난을 이유로 정부가 시행중인 에너지 절감대책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실내온도 28℃를 유지하기 위해 아예 냉방기 가동을 멈췄다. 실제로 지난 5일 수원 조원동 주민센터에 지정된 무더위 쉼터를 CBS 노컷뉴스가 취재한 결과, 상담실을 급조한 이곳에는 에어컨 한 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무더위 쉼터에 에어컨은 있지만 틀지 않다보니 실내온도는 30℃를 육박, 가만히 앉아 있어도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더욱이 에어컨 가동은 고사하고 선풍기 한 대도 없다보니 무더위 쉼터를 찾을 이유도 없어 보였다.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용인 기흥구 구갈동의 한 경로당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낡은 선풍기 앞에 삼삼오오 노인들이 모여 더위를 식히고 있지만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이곳을 찾은 김모(75)씨는 "올해 들어서는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아 더위 먹을까봐 와도 오래 머무르지는 않는다"며 "징역살이나 다를 바 없다.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려면 제대로 해야한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도내에서만 6,530곳의 무더위 쉼터를 운영중이지만 관공서는 정부로부터 에너지 절감 실적을 평가받고 있어 사실상 냉방을 하지 않는다"라며 "때문에 관공서에 지정된 무더위 쉼터를 냉방이 가능한 시설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안행부 등은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곳은 각 지자체의 재해구호기금을 사용해 냉방기를 운영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중앙냉난방식으로 운영되는 주민센터 등은 이마저도 활용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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