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성범죄자 살고 있는데…경찰도 몰라

경찰 "대통령령만으론 성범죄 전력자 관리 힘들어. 법적 근거 마련해야"

지난해 4월 20대 여성을 납치 살해한 오원춘 사건이 발생했던 경기도 수원 지동의 주택가.

이곳에서 불과 50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한 원룸에서 지난 5월, 또 다시 성폭행 범죄가 일어났다.

피의자는 성범죄 전력으로 전자발찌를 차고 있던 임모(25) 씨였다.

문제는 이날 출동했던 경찰조차 임 씨가 전자발찌 착용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검거 뒤 부착 사실을 알게 된 것.

더욱이 임 씨는 성범죄 전력에도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경찰, 경기도내 성범죄 전력자 중 230여명…어디서 뭐 하는지 몰라

6일 경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경찰이 관리하는 성범죄 전력자 5,000여 명 가운데 230여 명이 소재 불명인 것으로 드러나 경찰의 성범죄 재범 우려자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성범죄 전력자인 우범자 4,100여 명과 신상정보 등록대상자 1,300여 명을 지정, 재범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우범자는 경찰이 ‘우범자관리규칙’에 의거, 재범이 우려되는 성범죄 전력자들로 주로 형사들이 관리한다.


신상정보 등록대상자는 2008년 2월 이후 순차적으로 적용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과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의거, 유죄를 선고받은 성범죄 전력자다.

이들은 여성청소년 부서에서 담당한다.

경찰은 우범자나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에 대해 최대 월 1회 동향을 파악해 보고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 (자료 사진)
하지만 성범죄 전력자들 가운데 230여명이 소재불명 상태.
소재불명자 중에는 재범 가능성이 높아 중점관리 대상으로 분류된 ‘고위험군’도 20여명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3월 경기도 이천에서 의붓딸을 성추행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이모(46) 씨는 지난해 8월 경기 광주경찰서에서 절도사건 용의선상에 올랐으나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또 2011년 8월 서울 서초구에서 길 가던 20대 여성을 추행한 김모(47) 씨는 가평의 한 복지시설에 입소한 뒤 지난해 9월부터 소재가 불분명하다.

◈경찰, 성범죄 전력자 동향보고도 형식적

특히 1∼6개월에 한번씩 제출된 우범자 등의 동향파악 첩보가 같은 내용이 반복돼 보고되는 등 형식적으로 제출돼 온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오원춘 사건으로 가뜩이나 공포에 떨던 지동 주민들은 자신들의 이웃에 살던 전력자의 신상 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수원 지동의 윤 모씨(30‧여)는 “옆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는데, 경찰들조차 모르고 있다면 무서워서 다닐 수 없을 것 같다”며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피해를 당하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고 불평했다.

경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성범죄 재범 우려자 관리가 형사와 여성청소년 부서로 이원화돼 효율적이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게다가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어 성범죄 재범 우려자에 대한 관리나 정보수집을 하기 위해선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령만으로는 현재로선 재범 우려자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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