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최근 만난 대리기사 박모씨는 서울 심야버스 노선이 빨리 확대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박씨는 생계를 위해 늦은 밤, 이른 새벽까지 일한 뒤 집에 돌아갈 때 1만원, 2만원의 택시는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때로는 지하철이 다닐 때까지 1~2시간 기다린 적도 있다며 심야버스야말로 진정한 '서민의 발'이라고 몇 번을 강조했다.
현재 서울 심야버스는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2개 노선에서 시범 운행중이다.
당초 우려했던 취객은 거의 없고 승객 대부분이 대리기사와 빌딩 청소부, 학생 등으로 단 두달 만에 이용자 수는 10만명을 넘어섰다.
대표적인 서민정책으로 큰 호응을 얻자 서울시는 이달 1일부터 6개 노선을 추가로 늘려 전면 운행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추가 노선과 경유지는 이미 확정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행 일자가 갑자기 늦춰지기 시작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7일 “당초 계획보다 일정이 조금 늦어지고 있다”면서 “실무적으로는 8월초 본격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지만 현재로서는 명확한 시점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주 안에 운행 업체 선정도 마무리될 예정이나 그렇다고 곧바로 운행을 시작할지는 지켜봐야한다고도 했다.
확대 운행이 은근슬쩍 늦춰지면서 그 배경을 둘러싸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택시업계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택시업계는 심야버스 운행으로 승객이 감소했다면서 노선 확대를 강력히 반대해왔다.
특히 서울시가 지난달 3일 택시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실시한 ‘택시 현장시장실’에서 택시 기사들은 거칠게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 기사는 “7월 1일 심야교통이 심야버스로 대체된다면 (택시 기사들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택시 현장시장실’ 이후 서울시장단은 심야버스의 확대 시기를 재검토하라고 실무진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택시종합대책이 발표되는 오는 9월까지 심야버스 확대 운행이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최근 확정한 심야버스 명칭 '올빼미 버스'에 대해서도 재검토를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심야버스 브랜드 이미지(BI) 제작을 위해 시민 공모를 통해 '올빼미 버스'를 최우수작으로 선정했지만 '올빼미'에 부정적 이미지가 있어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