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루저'되는 최저임금 파행…서로 다른 기대에 해결책은?

지난 5일 열린 '2013년 최저임금투쟁 선포 민주노총 결의대회' 황진환기자
노사 대표와 공익위원의 합의로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 5,210원을 놓고 노사 양측 모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최저임금이 결정되자 경영자총연합회(경총)와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등 경제 단체 등은 즉각 성명을 내고 우려를 표했다.

경총은 이번 최저임금 결정이 어려운 대내외 경제여건과 중소·영세기업의 현실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고 평가했다.

경총은 성명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30인 미만 영세기업의 추가 인건비 부담액은 1조 6천억원에 달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기업·소상공인에 부담을 주게 됐다”고 비판했다.

중기중앙회도 "이번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임금의 지불 주체인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현실을 모르는 처사“라며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편이 울었다면 다른 한 편은 웃어야 할 텐데 노동계 반응도 냉랭하긴 마찬가지다.

4일 밤부터 5일 새벽까지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서 4명 가운데 3명이 퇴장하며 강한 반발을 표현했던 민주노총은 “시급 5,210원은 소득분배율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키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소득 분배율 개선”을 공약(公約)으로 제시한 바 있지만 사회 양극화만 가속시키는 최저임금 결정으로 결국 공약(空約)에 머물렀다“고 덧붙였다.

찬성표를 던졌던 한국 노총도 “최저임금 수준을 현실화 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 때문에 노동계는 두 자리 수 인상을 기대했지만 한자리수 인상에 그쳐 아쉬움이 크다”고 논평했다.

◈각자의 셈법과 서로 다른 기대에 못 미친 내년도 최저임금


평균 10%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보였던 노무현 정부와 달리 이명박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2008년 6.1%를 시작으로 2009년 가장 낮은 인상률인 2.75%를 보이는 등 인상률이 크게 낮아졌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최저임금을 현실화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 있었기 때문에 대체로 이명박 정부 때보다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더 오를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다.

민주노총 김은기 정책국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줄곧 경제성장률, 물가상승율, 소득분배율 반영한 최저임금 기준안 마련하겠다고 했었다”며 “소득 양극화 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100인이상 사업장에서 협약한 임금인상분 4.5%의 두 배인 최소 9%이상은 올려야 우리사회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용자 위원의 셈법은 또 달랐다.

경총의 김동욱 본부장은 “박근혜 정부의 공약 때문에 예년에 비해 어느 정도 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7.2%는 너무 과하다”고 평가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올해 경제 성장률 등이 작년, 재작년보다 낮게 나타났기 때문에 중소 영세사업자들을 고려하면 이명박 정부 수준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매년 반복되는 ‘지리한’ 싸움...해결책 고민할 때

1988년 최저임금이 도입된 이래 법정시한 내 노사 합의에 의해 결정된 것은 단 네 번 뿐이다. 그만큼 최저임금 결정이 노사 양측 모두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는 중요한 사안이라는 의미다.

노동연구원의 배규식 선임연구위원은 “매번 파행을 겪는 등 최저임금위원회가 문제가 많은 것 같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임금인 낮은 근로자들과 영세 사업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의미 있는 과정이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결정이 나름 합리적인데도 매번 갈등을 겪는 이유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준이 없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은 “정부가 한국은행과 통계청 자료등을 바탕으로 정확한 경제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등을 제시해 어느 정도 기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OECD 권고가 평균임금의 50%인데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올해 기준으로 37%다”라며 “13% 격차를 향후 어떻게 줄일 것인가를 논의의 중심으로 잡고 매년 평균 5~6% 줄여나가야 한다는 중장기적 합의를 마련하는게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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