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추진속도 면에서는 국정원의 국내정보 파트 해체, 수사권 박탈 등을 담은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한 민주당이 앞서 있다.
진성준 의원이 최근 발의한 이 법안은 국정원의 명칭을 '통일해외정보원'으로 바꾸고, 정치 개입에 연루된 국내 보안정보의 수집 업무를 폐지하도록 했다.
또 국정원에서 수사권을 분리해 정치공작과 인권침해를 원천 차단하고, 국정원의 예산심사에 예결특위도 관여할 수 있게 하며, 국회가 국정원장을 탄핵소추할 수 있도록 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4일 "중앙정보부 이래 국정원은 국내정치에 개입하고 사찰을 계속해왔다"며 "차제에 미 중앙정보국(CIA)처럼 바꿔 대북정보를 포함해 해외정보를 전담하는 기구로 개편하고, 국내정보는 경찰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중진 의원도 "정보기관이 수사권을 갖는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이다. 국정원은 정보수집만 하고 수사는 검경이 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국내 정보파트도 대폭 축소하고, 국회에 의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역시 김기현 정책위의장과 이재오·정몽준이란 거물급 중진의원이 개혁론을 제기할 정도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일부 의원들이 아이디어를 공개하는 등 '새누리표' 개혁안도 점차 구체성을 띠고 있다. 우선 국정원장에 대해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임기제,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임명동의제 등의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국정원 국내파트의 축소도 거론되고 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정책위 차원에서 원장 임기제, 국회 임명 동의제 등 국정원 개혁 관련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있는 중이라고 보면 된다"며 "개인적으로는 국정원 직원의 정치개입 사실이 단 한 차례라도 확인되면 파면 조치하는 '정치개입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은 다만 '선 국정조사 후 개혁논의'의 속도조절론을 내세우고 있다. 다음달 15일까지 진행될 '국정원 댓글 국정조사'를 마친 뒤 개혁 논의에 나서는 게 맞다는 것이다.
윤상현 원내수석은 "국정원 개혁을 위한 당내 특위 설치를 지도부가 검토 중"이라며 "국정원 댓글 국정조사에서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먼저 찾은 뒤 개혁을 위한 처방을 마련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의원도 "국정조사나 'NLL 논란' 등이 어느 정도 정리된 뒤 문제점을 냉정히 파악해서 개혁을 논의해야, 불필요한 갈등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의 요청에 따라 국정원도 자체 개혁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정보위 관계자는 "최근 전체회의 때 자체 개혁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출할 것을 국정원에 요구한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