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사태' 핵심 주체들의 입장은?

'김연경 사태는 과연 어떻게...' 여자배구 거포 김연경의 거취 문제가 김연경은 물론 원 소속팀 흥국생명과 한국배구연맹 등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 대립으로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 때 모습.(자료사진=윤창원 기자)
여자배구 거포 김연경(25, 192cm)의 거취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 김연경과 원 소속팀 흥국생명 사이의 평행선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양 쪽의 입장뿐만 아니라 한국배구연맹(KOVO)의 규정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어 해결이 쉽지가 않다.

사실 김연경이 해외 무대에서 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과 터키에서 2시즌씩을 보낸 것처럼 임대 형식으로 뛸 수도 있다.

하지만 김연경은 완전 FA(자유계약선수)를 주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4시즌, 해외 임대로 3시즌을 뛰어 FA 자격을 얻었다는 것인데 흥국생명과 KOVO는 국내 6시즌을 채우지 않아 아직 2시즌이 남았기 때문에 여전히 흥국생명 소속이라는 입장이다.

이 문제는 지난해도 불거져 정치권까지 나섰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정부와 대한체육회가 팔을 걷어붙여 낸 결론이 일단 김연경을 해외로 보내고, 3개월 안에 해결을 지으라는 권고였을 뿐이다. 그러나 임시로 봉합됐던 문제는 1년 만에 다시 터졌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이에 대해 로컬 룰을 존중, 김연경이 흥국생명 소속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김연경 측은 대한배구협회가 FIVB에 보낸 문서가 잘못됐다며 결정에 불복, 다시 FA 주장을 들고 나온 상황이다.

과연 해결책은 없는 걸까. 4일흥국생명과 KOVO, 김연경 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흥국생명 "사과만 하면 해결 가능"

흥국생명이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다. 김연경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다. 그것만 해주면 김연경이 원하는 부분을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흥국생명은 이 문제로 기업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납득이 가지 않는 사령탑 교체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팀인데 공연히 선수 앞날을 막는다는 눈총을 받고 있어 더욱 이미지가 나빠졌다는 것이다.

박진호 구단 부단장은 "회사 입장에서는 지금 와서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다"면서 "다만 김연경이 회사에 성의 있는 사과를 해서 지금까지 상황이 그게 아니었다고 해주면 족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선수 의사를 존중해 대가 없이 해외 진출까지 시켜줬는데 이제 와서 족쇄 운운한다는 데 대해 섭섭해하고 있는 것이다.

박부단장은 "사과만 이뤄지면 임대든 완전 이적이든 선수의 해외 진출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이어 "언제든 선수가 온다면 대화를 하도록 문을 열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OVO "이적은 가능…FA는 불가"

하지만 사과가 이뤄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KOVO 규정 상 김연경이 원하는 FA 자격을 얻기가 불가하기 때문이다.

신원호 KOVO 사무총장은 "완전 이적은 가능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FA 자격 취득은 인정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KOVO 각 구단 대표이사들이 참석한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안이라는 것이다.

신총장은 "김연경 문제로 신인들은 임대 기간도 FA 자격 취득 기간에 산정되도록 규정을 바꿨다"면서 "그러나 소급 적용한다면 다른 선수와 형평성은 물론 KOVO의 틀 자체가 무너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완전 이적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신총장은 "터키 페네르바체 측과 이에 대한 논의를 한 적이 있었다"면서 "당시도 이적료가 발생하면 흥국생명에서는 유소년 발전 기금으로 쓰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김연경 "FIVB 결정 잘못…감사 결과 기대"

김연경 측은 여전히 FA라는 주장이다. 또 잘못한 게 없으니 사과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에이전트 회사인 인스포코리아 윤기영 대표는 "FA는 KOVO의 국내 규정일 뿐"이라면서 "해외 진출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미 흥국생명과 계약 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김연경은 자유롭게 해외에서 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뛸 수 있는 허가서나 다름없는 국제이적동의서(ITC)가 걸림돌이다. ITC를 발급하는 대한배구협회는 FIVB의 결정에 따라 김연경이 흥국생명 소속이라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윤대표는 "지난해 협회가 FIVB에 보낸 공문 중 '김연경의 원 소속팀'(club of origin)이라는 문구가 있었다"면서 "FA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데 원 소속팀이라는 표현이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일단 김연경 측은 FA 주장을 고수하면서 감사원의 결정을 기다릴 계획이다. 지난 2일 김연경의 팬카페 회원들은 대한배구협회에 대해 국민감사 청구서를 낸 상황이다.

현 시점에서는 지난해처럼 김연경이 임대 선수 신분으로 1년 기한의 ITC를 받아 페네르바체에서 뛸 가능성이 높다. 과연 김연경 사태가 어떤 방식으로 귀결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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