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사랑은 감정까지 상품화하는 사회 탓에 일종의 권력으로 변하고 있다." 현대 문화의 다양한 면면을 탐구해 온 여성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의 주장이다.
그는 신간 '사랑은 왜 아픈가'를 통해 소비자본주의로 기울어진 현대 사회가 구성원들의 감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진단한다. 즉 사랑이라는 감정이 사회적 관계 안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현대 제도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인간의 감정을 대표하는 영역인 사랑의 이면에 숨은 이데올로기를 사회학적 통찰로 끄집어낸 결과다.
지은이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서부터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일반인들의 숱한 고백담, 인터뷰를 바탕으로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사랑의 유형을 찾아간다.
그 여정의 끝에는 현대 사회가 강요한 '이상적 사랑'이 있었다. 대다수 사람은 사랑을 심리학적 해석의 대상으로 여겨 치유에 목적을 둔다.
이 책은 심리학이 지배하는 사랑의 해석 모델에 반기를 든다. 결국 지은이는 "아픔 없는 열정적 사랑이란 있을 수 없으며 그 아픔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간 사랑을 개인의 범주에 머물게 했던 것이 심리학의 중대 결함인 만큼, 모순으로 가득찬 세상을 직시하고 살아 있음을 확인해 주는 자연의 지표로서 사랑의 아픔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라는 의미이리라.